모두 26명의 국무위원 가운데 15명이 교체되었으니 새 조각에 버금가는
대폭 개각이다.
더구나 노태우대통령 임기 5년중 2년이 경과, 중반기에 접어든 이 시점의
개각이니만큼 그 폭에 못지않게 새 내각이 떠맡은 사명은 말 그대로 중차대
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연말부터 개각의 필요성이 고창되었으나 소위 5공청산 대타협, 3당
통합에 의한 여야세역전등 숨가쁜 정계개편 회오리를 넘기고야 단행된
3.17개각은 여러측면에서 특이한 색채를 띠리라고 진작 예견되어 왔다.
뚜껑을 열고 나서 과연 다르다는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와 관련,
기대와 우려가 교우하는 것이 우리의 감회다.
첫째로 이번 개각의 특징은 의원입각이 눈에 띈다는 점이다.
숫자의 다과를 떠나서 특히 경제팀의 총수인 부총리가 현직의원으로 충원된
것은 최초의 일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외에 농림수산 동자 보사등도 그렇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형태의 의원내각제 지향적 개편구상이 세를 얻고 있는
때이니만큼 현직의원인 강총리를 비롯, 이번에 유임된 건설 노동 공보 정무
1,2를 포함하여 국무위원의 절반 가끼이가 의원 겸직이라고 하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장관들이 임면권자 한 사람만을 올려다보기보다 의원 신분인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고 유권국민이 진정으로 바라는 행정을 펼쳐야 하며, 반대로 만일
정실인사나 이권유착등 정치권의 병페를 행정부안으로 전염시키는 역기능을
할 경우 덕보다 실이 많으리나는 것은 말할나위도 없다.
둘째로 이번 개각은 경제활성화와 함께 민생치안확립 요청에 의해 동기부여
되었다는 점을 최대의 특징으로 하고 있다.
한편에선 벌써 강성인사의 입각으로 강화될 치안분위기를 우려하는 소리가
들리지만 이점과 관련, 우리는 과거 전가의 실력처럼 강조되던 일벌백계의
논리보다는 죄형법정주의에 입각, 죄지은 사람은 누구나 벌을 받는다는
형평원리, 법치주의 정신이 반드시 구현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셋째 무엇보다도 이번 개각의 핵심적 과제는 구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상실
했다고 하는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되살리는 일이다.
신임 이승윤 부총리, 박필수 상공, 정영의 재무등 과거 행정경험이나
업계의 실정에 밝으면서 박력있는 이같은 인물들의 적소기용은 그러한 임무의
수행에 적재라는 기대를 걸만하다.
다만 경제행정은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더구나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팀워크가 무엇보다 소중함을 새삼
명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넷째 이번 개각엔 내부기용이 배제되었다는 점이다.
철저한 내부발탁에 의해 전문관료 양성을 기하던 3공시대의 원칙을 그대로
고집하기는 어려운 여건이다.
그러나 어느 조직에서든 그것은 소중한 인사원칙이며 특히 내각제적 정치
운영에선 행정의 중립성 확보를 선결조건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민주화는 이원적 가치가 허용되는 사회에서만 구현된다.
그렇지 못한 사회에서는 관료주의만이 창궐한다.
무엇보다 지시나 규제위주의 고압적인 명령행정을 우리는 경계코자 한다.
중요한 것은 민간의 자율정신 자활능력이 양성되도록 풍토를 조성하는데
정부의 헌신적 역할이 기대되는 것이다.
21세기를 바라보는 이 중요한 90년대 초년 몇달을 우리는 개각진통속에
허송했다.
그동안 일손에 맥이 풀려있던 관가는 물론 업계와 산업현장이 봄의
싱그러움속에 생기를 찾고, 거리에서 가정에서 국민들이 마음놓고 살수 있는
안전사회가 조성되기를 이 기회에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