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해째 연초가 되면 남/북한관계개선 분위기가 일곤했지만 금년은
아무래도 남북교류의 일대전환점이 될것 같다.
동구가 보여준 세계적 변화의 대세가 알게 모르게 한반도에도 빠른 속도로
밀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교차승인에 의한 한반도 평화구조의 정착은 레이건 전 미국대통령이
대소강경정책을 포기한 84년이래 미국과 소련 중국과 일본등이 세계 규모에서
나 아시아문제로서나 현안으로 삼고 있었다.
더욱이 이른바 탈냉전이 가시화하면서 한반도평화구조의 구축은 새로운
탈냉전시대의 아시아로 진입하는 가교로 인식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북한은 "하나의 한국"이라는 명분을 내걸어 왔으나 이것은
김일성 후계체제의 확립을 통한 체제유지라는 국내정치적 동기의 대외적
표현인 점이 강했다.
그러나 우리가 동구에서, 또 중국에서 보듯 북한의 체제자체가 위기국면에
들어간만큼 북측으로서도 전반적으로 정세를 재평가해야 할 시점에 와있다.
이점 한국의 정치가 이른바 과거문제에서 벗어나 통일을 주요한 동기로
새로운 90년대를 맞아야 한다는 명제를 떠안으면서 한반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요컨대 탈냉전시대를 맞아 한반도내의 상대의존관계가 해소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외부환경의 어떠한 변화도 그것이 내부적 동기에 의해 활용되지 않는한
의미가 없다.
오히려 변화를 수용하지 못할때 위기가 심화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통일문제는 단순한 민족적 열망의 구현이거나 남/북한 두
체제의 파워게임이 아니라 민족으 내일을 건 창조행위라고 할 것이다.
연초에 통일원이 민족공동체개념에 대해 "40년대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고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자는 것"이라고 규정한 것도 같은 인식에
입각한 것인줄 안다.
금년들어 정부는 "남쪽이 먼저 변화함으로써 북한이 변화할 수 있다"는
이른바 동반변화개념을 강조하고 특히 북한에 대해 경제원조나 지원을
해준다거나 공개적으로 개혁/개방을 유도한다는 표현은 삼갈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바로 실질적 접근의 자세다.
90년은 연초부터 다양한 남북교류 스케줄로 바쁘다.
1월만 보아도 15일에 7차 남북체육회담이 열리고 24일에는 10차 국회회담
준비접촉이 예정되어 있다.
이보다 앞서 노대통령은 연두기자회견에서 물자교류에서 시작되는 남북
경제공동체구상을 내놨고 북측이 신년사에서 주장한 남북자유왕래와 완전
개방에 호응해서 삼통협정(통행/통신/통상)의 체결과 금강산등 관광지 공동
개발을 제의했다.
또한 남북정상회담의 조속개최를 요구하고 군사신뢰의 신호로 팀스피리트
훈련규모의 10% 삭감을 발표했다.
이에대해 북한이 팀스피리트훈련 중지를 요구하지 않은 것도 낙관적인
기대를 모으게 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판단하고 2월중에
국보법등을 손질, 대북교류를 촉진하기 위해 법제를 정비하는 한편 고위
회담을 앞두고 비무장지대의 실질적 비무장화, 군사고위당국자간의 직통전화
가설등 신뢰구축방안을 마련하면서 낙관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1,500억원규모의 남북경제기금을 조성하여 남북물자교역 및 합작
투자기업에 대한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한편 평화시건설과 기왕의 금강산개발
계획에 청색신호를 낸 것은 이런점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민간기업들도 이같은 정부의 움직임에 고무되어 대북관련 교역창구의
조직을 보강하고 간접교역에서 직접교역으로 전환하는 한편 반입품목의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지나친 경쟁이 남북관계개선에 역효과를 내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는것
같지만 이같은 민간부분의접근이 우리 경제의 북방관심을 높이면서 교류
확대의 물적기초가 될 것이 확실하다.
청와대 연쇄회담에서도 각당이 대북접촉에 높은 관심을 보인이상 정부는
줏대있고 조용한 가운데 실질적 남북교류를 추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