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판 불꺼" 25일 오전 11시쯤 서울 중구 명동 증권빌딩 1층
D증권 로얄지점 객장.
핸드 마이크를 든 40-50대 남녀 40여명이 객장내를 돌면서 5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주식 팔아서 부동산 투기 일삼는 증권사는 자폭하라" "정부는
주식공급 확대정책을 즉각 중단하라"
객장에 들어선 고객들은 처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 농성을 자못
진지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지점 직원들은 이들 농성에 아예 관심조차 없는 양 컴퓨터
단말기 앞에서 깨알같은 숫자읽기에 여념이 없었다.
20여분동안 구호를 외치는데도 증권사 직원들의 반응이 없자 이들은
멋적은듯 하나 둘씩 빠져 나갔다.
24일엔 10여명이 객장안의 의자를 뒤엎는등 소란을 피우고 자신들의
입장을 알리는 유인물까지 만들어 고객들에게 돌리기도 했다.
불과 두달전만 해도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고객들로 꽉 들어찬
객장도 이제는 옛날 일이 돼 버렸을 정도로 썰렁하기만 했다.
"오죽 답답하면 저희가 객장으로 몰려와 시세판의 불을 끄라고
요구하겠습니까" 주식투자 경력 20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박모씨(52.
서울 중구 필동)는 "시세판만 보면 화가 치민다"면서 "차제에 주식에
투자한 8,000만원을 빼내 조그마한 사업이라도 시작해야겠다"면서
발길을 돌렸다.
"주가 폭락으로 애써 모은 돈을 잃어버린 심정은 알만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선 지점에 몰려와 저렇게 업무마저 방해하니 답답한 심정일뿐입니다"
3년전에 입사해 계속 이곳 지점에서 근무해 오고 있다는 염모대리(30).
"저 사람들 저러다가도 장이 돌아서면 언제 농성을 했느냐는 식으로 열을
올리죠" 옆에 있던 김모양(22)은 염대리의 말을 받으면서 "죄없는 직원들에게
화풀이 한다고 주가가 오르나요.
최소한 업무방해만은 피하는 기본 에티켓은 지켜야죠"
김양은 다시 시세판의 불을 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