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리고 보자"식에 비판 고조 ****
눈덩이처럼 부풀어만가는 증권회사의 자본금은 과연 언제까지 얼마나
늘어날 것인가.
증권사의 자본금늘리기 경쟁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최근들어서는
그 속도와 폭이 투자자들에게 놀라움과 두려움마저 안겨주고 있다.
자본금늘리기에 앞장선 회사들은 대우증권과 대신증권.
**** 일부사 4년새 10배나 ****
이 두 회사는 숨바꼭질같은 경쟁끝에 86년말 현재 대우가 260억원, 대신이
220억원이던 자본금이 4년도 못돼 대우는 2,800억원, 대신은 2,600억원으로
모두 10배이상씩 늘어났다.
대형사들의 증자경쟁은 중소형사의 경쟁을 유발시켜 이제 자본금 500억원
미만의 회사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지난 4일에는 자본금규모로 볼때 증권사 랭킹 10위인 한신증권이 "유상 35%
실시후 무상 50%"란 대규모 증자로 800억원이던 자본금을 1,620억원으로 두배
이상 늘릴 계획이라고 전격 발표했다.
이는 소위 빅파이브안에 들어있는 쌍용투자증권의 자본금을 추월하는 것으로
쌍용은 물론 현대 제일 동양등 중위권 증권사들의 증자전쟁을 다시 한번 불러
일으킬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유상보다 더 높은 비율의 무상까지 보너스로 지급하면서도 증권사들이
이처럼 자본금 대형화에 열을 올리는 것은 자본금이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영업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자본금확대는 상품보유한도 신용공여한도 회사채인수한도등을 자동으로
늘려준다.
또 부동산보유한도도 확대되기 때문에 가뜩이나 자기 점포부족에 허덕이는
증권사들이 군침을 흘릴만하다.
자본자유화를 앞두고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고도의 전산시설을 구축
하고 딜링룸을 비롯 각종 설비를 확충하는데도 자본금은 필요하다.
**** 영업력 뒷받침 안되면 배당압력만 가중 ****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 증권사들이 이같은 교과서적 이유보다는 "타사에
뒤질수 없다"는 자존심이나 "무조건 늘려놓고 보면 된다"는 마구잡이식 경영
때문에 대규모 증자를 실시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봄 증권사들의 대규모 주식배당도 이같은 이유에서 설명될 수 있다.
여기에 또하나 지적돼야 할 것은 점포신설경쟁에서 보았듯이 일정선에
도달하면 정부에서 다시 규제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규제이전에 증자를 실시
해야 한다는 정부정책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 또한 깊게 작용하고 있다.
증권사 증자규제설이 증시에 퍼져 증권주의 주가를 출렁거리게 했던 것은
이같은 심리의 반영이라 볼수 있다.
증자는 과연 회사발전에 긍정적 역할만 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생산성향상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자본금 증대는 오히려
배당압력만 가중시켜 회사를 자멸의 길로 들게 할 우려도 있다.
최근 KDI의 "증권산업 발전을 위한 연구" 보고서는 "자본금규모에 비례하여
증권사의 경영성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며 자본의 한계 효율성은 오히려
낮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증자를 통한 자기자본의 확대는 주주들의 호주머니돈을 모아 회사의 성장을
꾀한다는 의미다.
이는 주주에 대한 배당을 위해서도 자기자본을 운용, 최소한 공금리 이상의
수익을 내야함을 말한다.
**** 증권사 자본금 증액 경쟁...우리나라만 심해 ****
한신증권의 예를들면 88회계연도의 자기자본은 3,195억원, 당기순이익은
218억원으로 자기자본이익률은 6.9%선이었다.
물론 자기자본이 말잔규모이기 때문에 정확한 평균이익률은 아니지만 25개
증권사 평균인 9.3%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한신증권은 이번증자로 자기자본이 약5,000억원정도 될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평균만 유지하더라도 지난해보다 두배이상 늘어난 465억원의 순익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증권사 자본금의 급격한 증액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인 것 같다.
증권산업이 세계 최고수준을 구가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87년말 현재 대형
4개증권사의 자기자본은 2조9,181억원인데 비해 자본금은 평균 938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일본 증권사들은 인위적 증자를 통한 영업기반 구축보다 이익의
꾸준한 누적이 영업의 기본이 됐음을 보여준다.
자본자유화를 앞두고도 일본 증권사들은 자본금을 우리처럼 크게 늘리지
않았다.
일본이 본격적인 자본자유화를 앞둔 69년 세계최대의 증권사인 노무라
증권의 자본금은 123억엔이었다.
**** 증권사 대량증자는 증시침체 불러 ****
이로부터 4년뒤 완전 자본자유화가 실시된 73년의 노무라증권 자본금은
1.5배 늘어나는데 그친 311억엔에 불과했다.
특수한 사정이 없는건 아니겠지만 국제화와 선진화에 대비해 자본금을
10배이상씩 늘리는 우리와는 무척 대조적이다.
증권사의 대량증자는 증시에 과도한 물량을 쏟아부어 결국 증시침체의 한
원인이 되었던 점을 많은 투자자들은 기억하고 있다.
증권사 대주주 및 경영진들은 전환기의 우리나라 증권산업을 이끌어 나갈
막중한 책임을 갖고 회사의 이익보다는 증권산업의 발전, 증시의 활성화등을
우선 고려하는 자세가 절실한 아쉬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