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노태우대통령이 "그간의 중-대형 아파트가격 폭등과 관련, 관
계부서의 책임자를 문책하라"는 극히 이례적인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경제관련 부처내에는 이 발언의 진의를 둘러싸고 설왕설래하는 한
편 문책비상이 어디까지 확대될지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통령의 이같은 지시가 중간평가를 앞둔 시점에서 나왔기 때문에 주택정
책의 주무부처인 건설부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8.10조치이후 긴잠에 빠져있던 아파트값이 지난겨울 갑자기 불타기 시작한
것은 박승 건설부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분양가 현실화를 내놓으면서 부터였
다.
그후 정책조정과정에서 물가불안을 이유로 다시 분양가 동결 발표가 나오
자 대형아파트 물량공급의 감소가 예상되면서 아파트값이 더욱 치솟았다.
박장관이 분양가를 인상하여 공급물량을 확대시켜 가격을 진정시키겠다는
것은 정책대안으로 훌륭한 것이라고 할수 있다.
그러나 인상->동결->인상등의 정책혼란이 아파트값 폭등의 기폭제가 되었
던 것은 사실이다.
한겨울에 용광로처럼 달아오른 아파트 경기는 6공화국의 경제정책 가운데
가장 실패한 부분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조순경제팀이 들어서면서 빈부격차의 해소및 부동산투기억제등을 경
제정책의 기조로 삼았던데 비추어보면 아파트 가격폭등은 정책의지를 크게
퇴색시켰음에는 틀림없다.
소외계층의 욕구가 증대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주택문제는 건설부의 단순한
소관업무라는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전국의 주택보급률은 69.6%, 그중 서울은 58.7%, 성남은 44.1%에 불과한데
도 1가구 다주택 소유자가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아파트값이 계속 서민의 내집마련계획을 추월해 갈때 사회안정의
기저가 흔들리는 것은 자명한 노릇이다.
더구나 정부내의 "안정파" "복사파"간의 불협화음이나 한 관료의 소신에
찬 발언이 결과적으로 서민의 주름살을 깊게한 사태는 경제정책의 방향을 논
하기에 앞서 깊은 성찰이 있었어야 함을 입증하는 일이다.
그렇다고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내세운 이른바 정부내의 "안정파"도 이번
사태에 책임이 없을 수 없다.
어차피 아파트 분양가의 인상이 "주택공급확대"->"아파트값 안정"을 푸는
열쇠라면 "논의 보류"라는 임시 방편을 버리고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나왔어
야 한다.
어쨌든 이번 문책파동이 어디에서 매듭날지 몰라도 책임행정을 구현하는
값비싼 계기가 되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