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환율 불안에 기준금리 11연속 동결…더 밀리는 인하 시점 [종합]

1년 4개월째 3.5% 유지…美 '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 영향도
실질 GDP 성장률 2.1%→2.5%…'경기 부진' 명분도 없어져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로 묶고, 통화 긴축 기조를 이어갔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3일 오전 9시부터 열린 올해 상반기 마지막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또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다.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아직 목표 수준(2%)까지 충분히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일찍 금리를 내릴 경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뿐 아니라 환율·가계부채·부동산 불씨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선 2020년 3월16일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에 나선 바 있다. 같은 해 5월28일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p나 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이후 무려 아홉 번의 동결을 거쳐 2021년 8월26일 마침내 15개월 만에 0.25%p 올리면서 통화정책의 키를 긴축 쪽으로 틀었다. 그 뒤로 기준금리는 같은 해 11월, 2022년 1·4·5·7·8·10·11월과 2023년 1월까지 0.25%p씩 여덟 차례, 0.5%p 두 차례 등 모두 3%p 높아졌다.하지만 금리 인상 기조는 지난해 2월 동결로 깨졌다. 3.5% 기준금리가 작년 1월 말부터 이날까지 약 1년 4개월 동안 이어지고 있다.

한은이 이날 11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하고 본격적 인하 논의를 하반기로 미룬 데는 물가와 환율 불안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2월(3.1%)과 3월(3.1%) 3%대를 유지하다가 4월(2.9%) 석 달 만에 2%대로 내려왔다. 그러나 과일을 비롯한 농·축·수산물이 10.6%나 치솟는 등 2%대 안착을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도 최근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근원물가(에너지·식품 제외)를 중심으로 둔화하겠지만, 유가 추이나 농산물 가격 강세 기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의사봉 두드리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 사진=연합뉴스
최근 환율 흐름 역시 한은이 금리를 섣불리 낮추지 못하는 이유다. 원화 가치가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할수록 같은 수입 제품의 원화 환산 가격이 높아진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관리가 제1 목표인 한은 입장에서 환율은 통화정책의 주요 고려 사항이다.

시장의 기대와 달리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고,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까지 발생하자 지난달 16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약 17개월 만에 1400원대까지 뛰기도 했다. 이후 다소 진정됐지만, 여전히 1360원대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금리 인하에 신중한 미국 중앙은행(Fed)의 태도도 금통위의 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22일(현지시간)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2%로 계속 향한다는 더 큰 확신을 얻기까지 시간이 앞서 예상한 것보다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며 인하 지연을 시사했다.이날 한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도 2.1%에서 2.5%로 올려잡았다. 지난 2월 전망보다 0.4%포인트(p) 높아진 수치다. 따라서 '경기 부진을 막기 위한 조기 인하'의 명분도 사라졌다는 해석이다.

앞서 한은은 올해 전망치를 지난 2022년 11월에 2.3%로 제시한 이후 지난해 2월(2.4%)과 5월(2.3%), 8월(2.2%), 11월(2.1%)에 수정한 바 있다. 전망치 2.5%는 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2.3%보다 높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시한 2.6%보다 낮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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