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SMIC 파운드리 '깜짝 3위'에 놀란 K칩스

위협적인 중국 반도체 굴기

1분기 매출, 대만 UMC 처음 제쳐
美제재가 되레 기술 자립 자극
5nm·7nm 첨단 공정 잇단 성공
화웨이 등 중국 물량 싹쓸이

2위 삼성전자와의 격차 크지만
물량 공세땐 가격 인하 압박
화웨이가 최근 공개한 스마트폰 ‘퓨라 70’을 분해한 모습. 동그라미 안 메인기판에 SMIC가 생산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패키징한 낸드플래시 등이 장착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SMIC가 올 1분기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시장에서 대만 TSMC, 삼성전자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중국 파운드리 업체가 글로벌 ‘톱3’에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화웨이 등 중국 전자업체의 물량을 싹쓸이한 덕분이다. 미국의 강력한 대(對)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정책이 오히려 중국의 반도체 기술력을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만 UMC도 제친 SMIC

13일 한국경제신문이 주요 파운드리 기업의 올 1분기 매출을 집계한 결과 SMIC(17억5000만달러·약 2조4000억원)가 TSMC(185억달러)와 2위 삼성전자(35억달러 안팎 추정)에 이어 3위에 올랐다. 그 뒤를 대만 UMC(17억800만달러)와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스(15억4900만달러)가 이었다.
화웨이가 최근 공개한 스마트폰 ‘퓨라 70’을 분해한 모습. 동그라미 안 메인기판에 SMIC가 생산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패키징한 낸드플래시 등이 장착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SMIC가 TSMC에 이은 대만의 ‘넘버2’ 파운드리 업체인 UMC를 누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톱5 중 작년 4분기보다 매출이 증가한 곳도 SMIC뿐이다.

SMIC의 약진 배경엔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가 자리 잡고 있다. 2020년께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 개발에 나섰지만, 미국이 네덜란드 ASML에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빛으로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기기)를 중국에 수출하지 말라”고 압박했다. ASML의 EUV가 없으면 초미세공정은 물거품이 된다.하지만 TSMC와 삼성전자를 거친 량멍쑹 SMIC 최고경영자(CEO)는 EUV의 전 세대 노광장비인 심자외선(DUV)으로 7㎚ 공정을 개발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리고 2022년 7㎚ 공정 개발에 성공했다. 중국 정부의 물밑 지원 덕분이다.

DUV로 7㎚ 회로를 새기면 EUV로 작업할 때보다 비용이 4배 이상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빛의 파장 등과 관련한 성능 격차로 인해 EUV로 한 번에 완성할 수 있는 공정을 네 번 이상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SMIC는 이런 비용을 감수하고 개발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지난해부터 화웨이 스마트폰에 납품하고 있다. 최근 화웨이가 공개한 ‘퓨라 70’의 AP ‘기린 9010’도 SMIC의 7㎚ 공정에서 생산됐다. 최근엔 5㎚ 공정 개발도 EUV 장비 없이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가 물량 공세로 韓 기업 부담 커져

SMIC의 약진은 한국 파운드리 기업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고성능컴퓨팅(HPC)칩, 자율주행칩 등을 개발하는 중국 팹리스 대상으로 7㎚, 5㎚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데, SMIC도 같은 공정의 칩을 판매하면 단가 인하 압박 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중국의 ‘애국소비’ 바람을 감안하면 자칫 중국 고객의 상당수를 빼앗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DB하이텍, SK하이닉스시스템IC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 기업의 주력 사업인 200㎜(8인치) 웨이퍼 기반 또는 10㎚ 이상 전통 공정에서도 SMIC가 실적을 쌓고 있어서다. SMIC를 포함한 중국 파운드리 기업들이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저가 공세’를 벌이는 것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가 칩을 설계하고 SMIC가 생산하는 식으로 중국의 ‘반도체 자립’이 점점 더 구체화되고 있다”며 “CXMT 등 중국 D램 기업이 화웨이, SMIC와 함께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 나서는 등 ‘팀 차이나’ 형태로 한국의 반도체 영토를 갉아먹기 위해 뛰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