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70년 만에 막 내리는 증권거래 독점…혁신으로 경쟁해야

내년 상반기 주식 매매·중개 기능을 갖춘 대체거래소(ATS)가 출범한다. 한국거래소(KRX)의 전신인 대한증권거래소가 1956년 개설된 이후 70년 가까이 이어진 증권거래 독점 체제가 깨지는 것이다. 70여 개 대체거래소가 있는 미국을 비롯해 영국 일본 호주 등 선진국에선 이미 활성화돼 있는 데다 국내에서도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늦은 감이 있다.

주요 증권사가 모여 만든 넥스트레이드를 통해 투자자는 유동성이 높은 800여 개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종목을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 12시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정규거래소 개장 전은 물론 퇴근시간 이후에도 국내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 거래도 허용돼 투자자 선택 폭이 넓어질 전망이다. 매매체결 수수료는 한국거래소(0.0027%)보다 20~40% 낮게 책정될 예정이다. 이처럼 거래시간 연장과 거래비용 감소, 새로운 호가 방식으로 투자자 편익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기업 공시나 해외 이슈를 빠르게 반영해 시장 지연과 충격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는 건 대체거래소가 거래 시간을 늘리고 비용은 줄여 오히려 투기적 거래 기회를 확대하는 창구가 될 수 있어서다. 두 거래소 간 가격 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와 시세조종이 판친다면 경쟁 도입 의미가 사라진다. 이럴 경우 한국거래소의 ‘대체’가 아니라 ‘보조’ 기능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시간이나 수수료가 아니라 상품과 서비스 경쟁이 관건이다. 자체 ETF 등 새로운 금융상품과 진화한 주문 방식으로 투자자를 사로잡는 동시에 기존 거래소가 할 수 없는 신사업과 서비스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독점구조에서 비대해진 한국거래소가 긴장해 수수료를 내리고, 서비스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을 정도로 자극을 줘야 한다. 그래야만 신규 국내 투자자는 물론 해외 기관투자가 유입으로 유동성을 키우고,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 증권거래 경쟁 도입이 혁신 경쟁으로 이어져 한국 증시가 매력적인 투자처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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