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吮癰舐痔 (연옹지치)

▶한자풀이
吮: 빨 연
癰: 종기 옹
舐: 핥을 지
痔: 치질 치

고름을 입으로 빨고 항문을 혀로 핥다
역겨운 일을 하면서까지 아첨함을 비유
-<장자>송(宋)나라 조상(曹商)이란 자가 왕명을 받아 진(秦)나라에 사신으로 가게 되었다. 떠날 적에는 송나라 왕에게서 몇 대의 수레를 얻었을 뿐이었는데, 진나라 왕이 그를 좋아하여 수레 100대를 하사했다. 귀국 후 조상은 장자(莊子)를 만나 자랑스레 말했다.

“가난한 시골 마을의 비좁고 지저분한 뒷골목에서 살면서 짚신을 삼아 겨우 입에 풀칠하고, 비쩍 마른 목에 누렇게 뜬 얼굴을 하고 사는 것은 내가 잘하지 못하는 일이네. 그러나 한 번 만승 대국의 군주를 깨닫게 해서 나를 따르는 수레가 100대나 되게 하는 것은 내가 잘하는 일이라네.” 조상의 말을 들은 장자가 나무라듯 말했다. “진나라 왕이 병이 나서 의사를 부를 때 종기를 터뜨리고 부스럼을 없애주는 자는 수레 한 대를 얻고, 치질을 핥아서 치료해준 자는 수레 다섯 대를 얻는다고 하더군. 치료해준 부위가 밑으로 내려갈수록 수레를 더 많이 얻은 것이니, 그래 그대는 진나라 왕의 치질을 치료해주었단 말인가? 얼마나 했으면 수레를 그렇게 많이 얻었단 말인가? 그만하고 물러가시게!”

<장자> 열어구에 나오는 이야기다.연옹지치(癰痔)는 ‘고름을 입으로 빨고 항문을 혀로 핥다’는 뜻으로, 더럽고 역겨운 일을 하면서까지 아첨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같은 고사에서 유래한 지치득거(痔得車) 또한 ‘왕의 치질을 핥아주고 수레를 얻는다’는 말로, 연옹지치와 의미가 같다. 상대방의 종기를 빨아준다는 뜻의 사자성어로는 연저지인(疽之仁)도 있다. 오기연저(吳起疽)로도 쓰는데, 오기(吳起)라는 장수가 부하의 몸에 난 종기를 입으로 빨아내서 낫게 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다. 윗사람이 부하를 극진히 아끼는 것 또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남에게 선행을 베푸는 위선적 행동을 가리킨다.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공자는 “말을 꾸미고 얼굴빛을 바꾸는 자에게는 인(仁)이 드물다”고 했다. 작은 이익을 아첨과 바꾸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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