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비용유발자 vs 비용부담자

연금·전기요금 등 부담 전가 잇달아
미래세대에 미루지 말고 해결해야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국민연금 개혁안 선택에서 현재 40%인 소득대체율을 50%로, 9%인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는 소득보장 강화안을 선택했다. 또 다른 대안은 재정안정화안(소득대체율 40%, 보험료율 12%)으로 받는 건 현재 그대로 받고 보험료를 더 내는 안이었다. 다들 자신의 이해관계를 우선한 것인지. 국가의 미래와 미래세대의 부담을 고려해 선택한 것인지. 그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이게 현재 국민의 뜻이라고 볼 수 있겠다.

결론적으로 이런 정도의 선택으로는 미래에 다가올 국민연금의 파산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현재를 사는 젊은 층과 노년층의 세대 간 갈등으로 비치지만 실상은 살아있는 이들과 아직 태어나지 않은 이들 간의 불공평하고 편파적인 싸움일 뿐이다. 말도 못 하고 투표권도 없는 아직 세상에 나오지 못한 이들에게 짐을 다 떠넘기고 나만 피해 볼 수 없다는 욕심의 발로이고 이기심의 결과물이다. 비용을 만든 이들이 비용을 남에게 전가하고 있다.이런 일은 연금에서만이 아니다.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인상하지 않고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요금을 내면서 한국전력과 가스공사가 뼈와 살을 더 깎길 바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가스공사는 천연가스를 100% 수입해 가스발전소에 발전용으로 팔거나 도시가스사에 난방이나 산업용으로 공급한다. 물건을 외국에서 사 오고 나중에 사용자에게 정산받는 방식이다. 원료비 원가를 소비자 요금에 반영하도록 하는 연료비 연동제라는 제도를 통해서 소비자가 꼭 요금으로 내게 돼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천연가스 원가가 천정부지로 올랐으나 국제가격을 제대로 소비자 요금에 반영하지 못해 가스공사는 채권을 발행해 그 돈을 충당하고 있다. 결국 받지 못한, 사실 청구하지도 않아서 소비자도 모르는 원가는 이자까지 쳐서 나중에 아무 상관 없는 소비자가 물어야 한다. 이 문제도 현재 소비자가 무조건 미래 소비자한테 승리하는 승패가 정해진 불공정한 싸움이다. 가스공사의 하루 이자만 50억원에 육박한다.

한전도 마찬가지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 상승과 탄소중립 비용 증가로 인해 수년째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한전도 원가를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가 있으나 유명무실하고 원가에도 못 미치는 소매 요금으로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결국 적자가 쌓였고 하루 이자만 100억원 정도를 지급해야 한다.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는 이들도 이런 문제를 눈감고 지속 가능하지 않은 에너지 시장을 만들고 있다. 현세대의 짐엔 눈감고, 미래세대의 짐은 점차 늘어나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저출생과 고령화 파급효과는 이기적인 현재 세대가 투표권을 행사해 아직 태어나지 않은 이들에게 그 모든 짐을 미루는 형국이다.

‘전기 사용이 불안해져서 정전이 나고 가스 도입이 불가능해져서 난방이 어렵다’는 뉴스가 나와야 현세대의 문제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한전은 송배전망 독점 사업자로서 더 이상 송배전망에 안정적으로 투자하고 운영할 여력이 없어 보인다. 투자할 수 없어 문제가 일어나기 직전이다. 가스공사의 미수금 처리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전량 수입하는 천연가스는 값싸고 좋은 물건을 남들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잡아야 한다. 그러려면 신용도가 좋아야 하고 자금을 적기에 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안정적인 가스관 유지와 터미널을 관리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이 필요하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으며 이제는 비용유발자들이 비용을 부담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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