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에게 '함정'인 중동 문제

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Walter Russell Mead WSJ 칼럼니스트
미국에서 중동 정책을 둘러싼 논쟁은 대부분 씁쓸하게, 그리 현명치 못한 수준에서 전개되곤 한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배경을 이해하고, 미국 대통령이 고를 수 있는 현실적 선택지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는 미국인이 거의 없어서다.

중동 문제가 사라지는 것도 아닐 터이니, 바이든 정부에 이런 상황이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가자지구 휴전과 전후 재건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하버드대부터 서던캘리포니아대까지 미국 전역 대학 캠퍼스 시위와 민주당 내 분열이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최근 CNN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28%만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가자 전쟁 대응에 동조했다.

바이든, 국익 vs 대선 갈림길

바이든 대통령은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미국 국익과 정치적 기반의 요구 사이에 갇혀 있다. 미국은 냉전 이후 중동에 남은 질서를 붕괴시키려는 이란에 맞서야 한다. 이 지역을 안정시키지 못하면 단기적으로 유가가 급등할 수 있고, 장기적으론 전 세계 미국 질서를 뒤집으려는 수정주의 세력과의 경쟁에서 워싱턴의 입지가 심각하게 약해질 수 있다.

미국 내부적으론 중동 정책으로 인해 민주당이 분열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쉽지 않을 것이다. 바이든을 비판하는 민주당 내 다수는 단지 이스라엘과의 전략적 협력에만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권위주의 국가와의 긴밀한 동맹에 분개한다. 이들은 하마스가 속한 초국가적 이슬람주의 운동인 무슬림형제단에 동조한다. 이 그룹에는 종교와 민주적 가치를 조화시키려는 많은 미국 무슬림이 포함돼 있다.

전쟁을 종식하고 팔레스타인을 재건하는 계획에는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UAE가 새로운 팔레스타인 통치 구조를 만들고 지원하기 위한 조직을 구성하는 것이 들어 있다. 팔레스타인 기구는 이들 동맹국과 협력해 이스라엘과 함께 평화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이것이 미국의 국익 관점에서 볼 때 최선일 수 있다. 다른 어떤 제안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가장 나은 방법일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선 미국의 외교 자본과 자원을 많이 투입해야 한다.

두 번째 임기 가능할까

하지만 민주당 내 비판자들을 잠재우지 못할 것이다. 많은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무슬림형제단 지지자 등은 중동 내 권위주의를 공고히 하는 이 같은 접근법을 비난할 것이다. 이스라엘도 10월 7일의 끔찍한 사건 직후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국가를 받아들이라는 압력에 분개할 것이다. 또한 이스라엘 관리들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의 체포영장 발부 가능성은 백악관에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영장이 발부되면 이스라엘 우방국들은 분노할 것이고, 민주당 내 비판론자들은 예루살렘에 제재를 가하려는 노력을 배가하도록 부추길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중동에서도 바이든 정부는 분쟁을 피하거나 막지 못했다. 그래서 비극적이고, 비용이 많이 드는 불안정한 결과와 씨름하고 있다. 오는 11월까지 유권자와 동맹국은 두 번째 임기는 더 큰 성공을 거둘 것이란 신호를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 ‘The Middle East Is a Trap for Joe Biden’을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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