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의장 겁박해 채상병특검법 단독 처리한 巨野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거대 야당의 법안 처리 과정을 보면 야당이 진정 협치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어제 통과된 법률안은 크게 세 가지다. ‘이태원 특별법’이 가장 먼저 올랐다. 이 법은 야당 단독으로 지난 1월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되돌아간 법안이다. 여당과 야당은 영수회담 후 특별법 원안에 있던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 권한을 축소하고 압수수색 영장 청구 의뢰권을 삭제한 수정안을 만들어 합의 처리함으로써 ‘협치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야당은 직후 ‘전세사기 특별법’에 몰표를 몰아줘 국회 본회의 부의를 관철했다. 이 법은 여당과 행정부가 문제가 많다고 난색을 보여 법사위에 계류돼 있었다. 사인(私人) 간 거래에서 발생한 피해를 정부가 구제해준 전례가 없고, 선 구제·후 회수 방식을 통한 지원엔 상당한 규모의 재정이 투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치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그간 여당의 문제 제기는 무시됐다.야당은 이어 ‘채상병 특검법’마저 단독 처리하며 협치 자체를 내팽개쳤다. 이 법은 지난해 7월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발생한 해병대원의 사망 경위와 이후 수사에서 외압이 있었는지를 특별검사를 임명해 밝혀보자는 법이다. 여당은 현재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수사 중인 사건에 특검을 도입하는 것 자체가 사법체계를 허무는 일이고, 수사 권한이 없는 해병대수사단에 외압을 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란 측면에서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민주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은 그간 여야 합의 처리를 요구했지만 어제 표결 처리로 돌아섰다. 박지원 당선인의 ‘개XX들’이란 욕설로 대표되는 민주당의 겁박에 굴복한 모양새다.

채상병 특검법은 이제 윤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영수회담을 한 지 며칠도 안 돼 거부권 행사 여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 정치적 부담이 크더라도 대통령 스스로 법과 원칙을 저버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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