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중·일 전쟁터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필승의 조건

이동욱 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
최근 애플 아이패드 프로에 국내 패널 기업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전량 공급된다는 낭보와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에 대한 경쟁국의 신규 투자 소식이 들려왔다. 2024년을 OLED 대세화와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생태계 구축의 원년으로 생각하는 필자에게는 지금의 상황이 2000년대와 겹쳐 보인다.

당시 OLED 비중은 디스플레이 시장의 1% 미만이었다. 성장성이 불확실한 상황이었지만, 한국은 과감하게 민관 협동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기업은 세계 최초 4.5세대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생산라인(2003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투자에 들어갔다. 정부는 중기 거점 사업(2001~2007년)부터 소재부품기술개발 사업(2008년), 디스플레이 혁신공정 플랫폼 구축사업(2019~2025년)까지 본격 지원에 나섰다. 그 결과 OLED는 2015년 디스플레이 시장의 11%를 차지했다. 본격 성장기를 맞이한 것이다. 디스플레이 시장 1위를 중국에 내준 지금도 OLED에서만큼은 한국이 70% 이상의 독보적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하지만 미래 디스플레이로 주목받는 무기발광 디스플레이는 어떻게 될까. 애플이 마이크로 LED를 적용한 스마트워치 개발을 중단하면서 초기 OLED 때와 마찬가지로 시장의 미래를 우려하는 시선이 늘었다. 하지만 시장조사업체는 2035년 44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첨단기술에 강점을 보유한 한국 디스플레이산업에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최근 특허청에서 발표한 10년간의 마이크로 LED 특허 등록 건수를 보면 한국이 23.2%의 비중으로 1위다. 하지만 일본(20.1%)에 이어 3위를 차지한 중국(18.0%)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특허 등록의 연평균 증가율이 37.5%로 한국(4.4%)을 압도한다. 과거 특허 출원 수에서 중국에 역전당한 지 7년 만에 시장을 내어준 LCD 사례도 있다. 골든타임이 길지 않다는 것이다.

2024년이 중요한 이유는 OLED로의 대전환과 무기발광 디스플레이를 본격 출범해야 하는 적기라는 것이다. 이런 전환점을 맞이해 오는 7월 초 협회는 한국디스플레이 산업회관으로 자리를 옮기며 새롭게 태어날 예정이다.디스플레이는 첨단 기술의 집약체다. 특히 무기발광 디스플레이는 원가와 성능 혁신을 위한 초미세·고효율 화소부터 패널·모듈, 소재·부품·장비까지 전 분야에 대한 기술과 제품 생태계가 필요하다. 협회는 민간의 의견 결집, 인력 양성과 표준 선점, 시장 조기 확대를 위한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분과위원회’를 지난 17일 발족했다.

시간이 곧 경쟁력인 상황에서 좌고우면(左顧右眄)할 겨를이 없다. OLED를 시작할 때처럼 민관 협력을 통해 첨단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는 것도 시급하다. 그래야만 한국이 세계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산업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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