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저성장기, 성과관리 최우선 과제는 고성과자 유지 [긱스]

추가영 레몬베이스 콘텐츠 리드가 '경제 저성장기, 성과관리 최우선 과제'라는 주제로 한경 긱스(Geeks)에 기고를 공유해왔습니다.

지난해 한국경제가 1%대 성장에 그친 데 이어, 올해 역시 2% 초반의 저성장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성과관리에 대한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264명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레몬베이스의 설문조사 결과, ‘2024년 더 강화되거나 새롭게 등장할 것이라고 현장에서 체감하는 성과관리 트렌드’에 대한 주관식 응답에서 ‘투명성’과 ‘효율성’이란 키워드가 다수 눈에 띄었다. 평가보상의 투명성에 대한 요구는 여전한 가운데, 인건비 효율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중요한 도전과제로 떠올랐음을 읽을 수 있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구가하던 시기엔 인력 부족과 채용 확대에 기대어 암묵적으로 용인되던 저성과자 문제가 대두되고, 기업이 고용동결이나 구조조정을 결정하게 되면 인력의 효율적인 운용이 생존의 문제로 떠오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당신의 상사가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피드백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구글,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과 골드만삭스, 맥킨지 등의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최근의 성과평가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강타한 지난 몇년간보다 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며 저성과자 식별에 나선 모양새다.이러한 평가 결과를 토대로 인력 감축에 나서면서 빅테크 기업 일부는 실적 호조를 띠고 있다. 하지만 성과평가의 결과가 꼭 저성과자 식별과 조직 밖으로의 방출로 이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란 점에 유의해야 한다. 저성과자를 따로 구분하고 별도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은 도리어 구성원 몰입과 조직의 응집력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특히 강제배분율을 적용한 저성과자 구분은 경쟁 과잉, 협력 약화 등의 부작용을 낳는다는 점이 과거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례 등에서 드러난 바 있다.

또, 저성과자를 방출함으로써 인력을 감축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비용을 줄일 수 있겠으나, 향후 신규채용 비용을 유발하게 된다는 점 역시 간과하면 안된다. 미국 인적자원관리협회(SHRM)에 따르면, 신규채용에 소요되는 비용은 1인당 4700달러에 달하고 새롭게 채용한 인력이 조직에 적응하기까지의 기간 동안 기존 인력의 인건비 대비 3~4배의 비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경제 저성장기 저성과자 관리는 높은 성과를 추구하는 문화를 저해하는 요소를 제거해 핵심인재 유출 등의 문제를 예방하는 목적에 초점을 두는 편이 장기 성장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다.

효율적인 인력 운용의 핵심은 저성과자가 아니라 고성과자 관리에 있다. 맥킨지에 따르면, 고성과자는 평균 수준의 성과를 내는 사람보다 4배 높은 성과를 창출한다.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이 생산하는 것이 효율성의 본질이라면, 고성과자의 이탈 방지가 최우선 과제가 되는 것은 일견 당연해보인다. 하지만 급여, 성과급 인상 등으로 금전적 보상을 늘리기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고성과자 유지가 상당히 도전적인 과제인 것도 사실이다. 고성과자의 유지 및 관리를 위해선 식별이 먼저다. 고성과자를 식별하기 위해선 우선 다른 구성원들에게 모범이 되고, 조직적 차원에서 장려되는 행동을 관찰하고 기록해야 한다. 고성과자의 일반적인 행동 특성은 고객의 니즈에 대한 높은 민감도, 멘토십 제공, 지식 공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등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고성과자를 조직에 붙잡아두기 위해 제공할 수 있는 비금전적 보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상대적으로 더 많은 ‘기회'다. ‘드라이브’의 저자 다니엘 핑크가 강조한 내적 동기부여의 세 가지 요인인 자율성, 전문성, 목적을 강조한 접근 방식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성취도가 높은 사람들은 조직이 자신의 전문성 향상에 투자하고 있고, 조직 안에 경력 개발의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싶어한다는 의미다. 즉, 저성장기의 임금인상률 정체가 곧 경력 개발과 성장의 정체로 느껴지지 않도록 조직적 지원이 필요하다.

첫째, 수직적(승진), 수평적(부서 간) 내부 이동을 늘려 새로운 역할, 도전 과제를 부여하거나, 더 큰 프로젝트를 맡거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링크드인의 조사에 따르면, 입사 후 2년 내 내부 이동을 한 경우 75%가 조직에 머물겠다고 답변한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는 56%에 그쳤다. < 2년 내 내부 이동을 한 경우 75% “조직에 머물겠다”>
*자료: 링크드인, <2023 Workplace Learning Report>
- 입사 후 2년 내 내부 이동을 한 경우 / 조직에 머물 가능성 / 75%
- 그렇지 않은 경우 / 조직에 머물 가능성 / 56%

미국 HR 전문 리서치기관 i4cp의 연구에 따르면, 내부 이동 가능성은 기업의 성과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매출증가율, 수익성, 시장점유율, 고객만족도를 기준으로 성과가 높은 조직이 낮은 조직에 비해 내부 이동을 우선시할 가능성이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내부 이동의 기준을 투명하게 밝힐 가능성은 고성과 기업이 저성과 기업에 비해 4.5배 높다. < “내부 이동 기준 투명하다" 고성과 기업이 저성과 기업의 4.5배>
*자료: i4cp 보고서, Talent Mobility Matters
- “내부 이동의 기준이 투명하다"
- 그렇다 27% (고성과 기업 41%, 저성과 기업 9%)
- 그렇지 않다 64%
- 알 수 없다 10%

둘째, 업스킬링에 대한 투자를 통해 전문성을 높이고 커리어를 개발할 수 있는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회사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업스킬링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거나 더 복잡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숙련도를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피닉스대가 발표한 ‘2022 Career Optimism Index’에 따르면, 68%의 응답자가 회사에서 업스킬링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경우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커리어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셋째, 고성과자가 자신의 가치를 조직 안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할 수 있는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인정의 문화는 적은 비용으로 인재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 추천되지만 실제로 실행에 옮기는 조직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의 절반가량이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껴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65%는 ‘조직이 자신의 기여를 인정한다면 더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밖에 높은 성과를 내고 있는 구성원을 대상으로 재직 면담(stay interview)을 진행하고 현재 조직에 머무는 이유 등을 물음으로써 고성과자를 유지하는 방법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추가영 | 레몬베이스 콘텐츠 리드(Content & Communications Lead)
일하는 사람들이 성과를 내고 성장하는 방식을 혁신하는 스타트업 레몬베이스에서 쌓은 지식을 콘텐츠에 담아 널리 알리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레몬베이스에 합류하기 전엔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일하며 창업 정책, 혁신 기업을 일군 기업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으며 넷플릭스의 ‘자유와 책임의 문화’를 담은 『파워풀』을 번역했다. 이후 혁신을 이끄는 사람과 문화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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