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입고 투표소로"…두번째 총선 앞둔 고3 유권자들

선거연령 만 18세로 하향…18세 인구 45만8천여명
입시부담·정치논란 우려 탓 참정권 교육 부실 지적
"학원에 바로 가야 해서 시간을 쪼개서 왔어요. 고3들도 오는데 어른들도 다들 투표하러 오셔야죠."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첫날이었던 지난 5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 사전투표소에서 만난 고3 학생 한모(18)군은 손에 찍은 투표 도장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하굣길에 함께 투표소에 들렀다는 친구 정모(18)군도 "투표하고 인증하면 학교에서 커피 쿠폰을 준다고 해서 나왔다"면서도 "정치는 아직 어렵지만, 오늘 투표를 시작으로 알아가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8일 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지난 5~6일 사전투표 기간 투표율이 31.28%로 역대 총선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10일 본투표에서도 이러한 투표 열기가 이어질지, 젊은층 유권자들이 얼마나 투표소로 향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번 총선은 선거 연령을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019년 통과된 이후 두번째로 열리는 국회의원 선거여서 만 18세에 해당하는 고3 유권자들도 투표에 참여하게 된다.

실제 서울 지역 사전투표소 곳곳에서는 친구끼리, 혹은 부모님과 함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러 온 18세 유권자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행정안전부의 지난 3월 기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 18세 인구는 45만8천401명이다.

전체 유권자 중 18세의 비율은 크지 않지만, 국회 등 정치권에서 과소대표된 청소년과 학생의 의견을 표심으로 전달한다는 의미가 있다.

선거 과정에 직접 참여하면서 '실전형 민주시민교육'을 받을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여전히 학생들이 정치와 선거에 대한 정보를 얻을 창구가 제한적이어서 아쉽다는 반응이 많다.

선거권 연령 하향 조정 이후 지난 4년간 학교 참정권 교육 수준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교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나 선거법 저촉 여부에 대한 부담, 특히 입시를 앞둔 고3의 경우 학업부담 등 때문에 이러한 교육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마포구 고등학교에 다니는 한모(18) 양은 "고3이라 정치 공부에 들일 시간이 없을 것 같기는 하다"면서도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 속 정치와 실제 정치와는 다르지 않나.

어느 분야든 학생들도 정책의 영향을 받기 마련인 만큼 더 자세히 배울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양은 "아직은 이론으로만 정치를 배우다 보니 투표권이 있는 친구들은 부모님의 의견을 많이 따라가기도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올해 첫 선거권을 행사한 연세대 학생 윤모(19)씨도 "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투표권을 설명하는 영상을 틀어주기는 했지만 기억에 남는 정치 교육은 없었다"며 "정치에 무관심한 청소년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선거철마다 투표 기준, 훌륭한 공약 등에 관해 학생들끼리 토의하는 시간을 마련한다는 역사 교사 김영복(57)씨도 "6월에 열리는 지방선거의 경우 학기말이라 시간이 좀 나는데, 이번 총선은 4월이라 수업 진도 나가기 바빠 빠듯했다"고 말했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학생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 후보들의 공약을 검토하고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생각해보는 자율적인 활동 시간이 보장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서울지역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40대 교사 조현서씨는 "학생 스스로 자신의 정치적 이익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친구들과 함께 어떤 기준으로 투표를 해야할지 이야기해볼 기회가 필요하다"며 "교사는 개입하지 않고 토의를 주재하기만 하면 정치적 중립 논란을 피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