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한미약품 통합 '오리무중'...우군확보 본격화 [이슈N전략]


이종 산업간 결합을 시도하고 있는 OCI와 한미약품의 이야기 증권부 유주안 기자와 나눠보겠습니다. 통합에 반대하는 쪽에서 법원에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일단은 작업이 멈춘 상태죠?

지난 12일 한미그룹과 OCI그룹은 전격 통합을 발표했습니다. OCI홀딩스가 신주발행을 포함해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취득하고 한미사이언스의 임주현 사장 등이 OCI홀딩스 지분 10.4%를 확보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반발하며 임종윤,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17일 수원지방법원에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서 냈습니다.법원 판단에 따라 통합의 가부가 달라질 텐데,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하면 통합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이같은 가처분 판결은 한 달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례적인 이종기업의 결합 시도의 배경에 사모펀드가 자리하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사모펀드이고 어떤 역할을 했나요?

라데팡스파트너스라는 사모펀드가 두 기업의 동반경영을 먼저 제안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펀드는 국내 대기업들이 상속 과정에서 과도한 세금 부담을 느끼게 되는데 이러다가 결국 국내 기업이 해외자본에 넘어갈 수 있겠다는 위기의식을 느꼈고, 대규모 상속세 부담을 지고 있는 한미약품 그룹과 OCI그룹을 매칭했다고 설명했습니다.대기업 오너가와 지배구조를 잘 이해하는 듯 보여지는데요, 이 펀드는 익히 잘 알려진 KCGI 출신들이 만든 펀드입니다.

KCGI 출신인 김남규 대표와 신민석 부대표가 2021년경에 PEF 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매칭에 이르기 전, 이들은 당초엔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 11.78%의 인수를 작년 5월에 추진했었습니다. 그러나 인수에 출자하기로 했던 새마을금고가 부동산PF로 인한 뱅크런 후폭풍을 맞으면서 딜 성사가 어려워졌고, 묘수를 내어 OCI를 소개해주게 된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법원이 가처분 인용한다면 향후 지분경쟁으로 가는 구도가 나올 수 있는 건가요?

양측이 협상에 이르지 않는 한, 두 진영이 표대결에 나설 것이라는 데에 증권가는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무대는 올해 주주총회가 될 것으로 보이고요,

지금까지의 정황으론 송영숙 회장 - 임주현 사장 - OCI - 라데팡스까지는 한 배를 탔다고 볼 수 있고요, 현재까지 지분율은 총합 26.11% 입니다.임종윤 임종훈 사장 지분 19.32%로, 격차가 약 7%P 가량 존재합니다.

여기에 눈에 띄는 주주가 있는데요, 지분 12.15%를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7.38%를 보유한 국민연금입니다.

법원 가처분 판결에 한 달가량 소요된다고 치면 표면적으로 볼 때 주주총회까지 남은 시간은 한 달뿐이고, 아마 현재도 치열한 물밑 포섭이 이뤄지고 있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주주들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요?

시장이 평가하는 주가를 보면, 한미사이언스는 발표 이후 주가가 이틀 급등한 후 거의 제자리로 돌아왔고, 한미약품은 약 10% 가량 빠진 상태입니다.

주가 하락의 원인을 일각에선 장기적으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며 단기내 성과 창출이 불투명한 제약/바이오 산업의 특성상 산업의 이해도가 낮은 기업들의 인수로 경영진 변경에 대한 리스크 부각 됐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물론 두 기업이 통합할 경우를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딜을 자문한 라데팡스 쪽 입장을 취재해봤는데, "다른 주주분들이 통합, 공동경영과 선진화된 이사회 중심 독립경영에 공감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투명한 의사결정구조가 확립되면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참고로, 현재 국민연금의 한미사이언스 보유 목적은 주총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 가능한 '단순 투자'로 돼 있습니다. 투자목적이 한단계 강화된 경영참여의 경우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가 주주권 행사 여부와 범위를 정하게 되는데요, 국민연금 입장에 앞으로 변화가 있을 지도 지켜볼 만한 대목입니다.

이상입니다.
유주안기자 jayou@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