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소설가] 출판사에 퇴짜 맞던 퓰리처상 장편소설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1981년 퓰리처상을 받은 장편소설 <바보들의 결탁> 서문에서 미국 남부 문학계를 대표하는 작가 워커 퍼시는 이렇게 썼다.

“내가 1976년 뉴올리언스의 로욜라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당시, 웬 낯선 부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오기 시작했다. 그녀의 제안은 황당했다. 세상을 떠난 자기 아들이 1960년대 초반에 소설 한 권을, 그것도 방대한 소설을 쓴 게 있으니 한번 읽어봐 달라는 것이었다.”소설을 쓴 존 케네디 툴은 1937년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나 툴레인대와 컬럼비아대에서 문학을 공부했다. 이후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학생들에게 인기도 많았다. 하지만 출판사들이 계속 <바보들의 결탁> 출간을 퇴짜 놓자 좌절했다. 심한 우울증과 편집증에 빠져든 그는 1969년 31세의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소설 원고는 얼룩이 진 채 그의 방 옷장 꼭대기에 올려져 있었다. 이를 발견한 그의 어머니는 아들의 재능을 증명할 기회라고 믿고 5년 동안 출판사를 찾아다녔다. 계속 거절당하다가 유명 작가 퍼시가 로욜라대 교수진에 합류했다는 소식을 듣고 전화를 건 것이었다.

책은 그렇게 1980년 출간됐다. “놀랍도록 독창적인 코미디 걸작”이란 찬사를 받았다. 2006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지난 25년간 출간된 미국 최고의 소설’에 이름을 올렸다.

임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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