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정위원장이 세일즈 나선 플랫폼법, 초가삼간 태울 우려 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경제 6단체 회장 등을 순차적으로 만나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 등 공정위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을 설명하고 의견을 들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플랫폼) 법 제정 취지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경제단체에서 적극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공정위가 지난달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플랫폼법은 거대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고 자사 우대 등 경쟁 제한 행위를 사전 규제하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플랫폼법을 둘러싼 기업들의 오해가 있다고 하지만 이 법이 혁신경제를 억누를 것이란 우려가 크다. ‘우물 안 개구리식’ 전족(纏足)법이라는 이유에서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국내 대형 플랫폼 매출을 전부 합쳐봤자 구글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친다. 이처럼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스타트업 수준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글로벌 경쟁 관점에서 볼 때 이들을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더구나 미국의 유튜브·넷플릭스, 중국의 알리·테무 등 해외 공룡 플랫폼이 우리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가는 상황 아닌가. 이런데 현 공정거래법으로도 충분히 제재 가능한 행위를 막기 위해 별도 법을 만들어 국내 플랫폼의 손발을 묶겠다는 취지는 공감하기 어렵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인 ‘대기업 집단 지정제’ 시즌 2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공정위는 플랫폼법을 국내외 사업자 모두에게 적용할 방침이라지만 국경 없는 인터넷 환경에서 해외에 서버를 둔 글로벌 기업에 규제 영향력이 얼마나 미칠지도 의문이다. 이런 역차별이 현실화해 해외 공룡들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면 소상공인과 소비자는 지금보다 훨씬 무거운 수수료와 일방적인 거래조건을 강요당할 게 뻔하다. 이러니 공정위가 대형 플랫폼의 피해자로 지목한 스타트업 업계, 소비자, 플랫폼입점사업자 단체까지 결사반대하는 것이다. 최근 미 국무부와 상무부까지 우리 정부에 우려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알려지면서 통상 마찰 비화 조짐도 보이고 있다. 한 번 신설하면 폐지하기 어려운 게 규제다.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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