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정은 "전쟁 피할 생각 전혀 없다"…결코 엄포로 들리지 않는 협박

북한 김정은이 8~9일 군수공장에 들러 대한민국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전쟁을 피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 “기회가 온다면 주저 없이 대한민국을 완전히 초토화해 버릴 것”이라고 협박도 했다. 연말 연초 ‘대사변’ ‘핵무력 동원’ 운운하더니 노골적으로 전쟁 위협을 가한 것이다. 이례적으로 주적이라고 한 것은 같은 민족이 아니라 교전국으로 대하겠다는 뜻이고, 한층 난폭한 도발을 예고한 것이다.

김정은의 의도는 경제 파탄에 따른 내부 불만을 잠재우고, 한국의 4월 총선을 겨냥한 것이다. 안보 불안감을 조성해 그 책임을 윤석열 정부에 덮어씌워 표심을 자극하겠다는 속셈일 것이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같은 불시의 군사 도발뿐만 아니라 전술핵 위협, 투·개표 시스템 해킹 등으로 선거판을 뒤흔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다각도의 대책이 필요하다. 북한의 ‘남남갈등’ 의도에도 말려들지 않아야 한다. 태평양을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날려 극도의 위기를 조장해 미국 대선판을 흔들 가능성도 있다.

위협 발언 뒤 반드시 행동으로 옮긴 북한의 전례를 봐도 엄포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한·미 간 굳건한 결속은 필수불가결하다. 하지만 오로지 우방의 ‘선의’에만 기댈 수는 없다. 상반기 한·미 확장억제체제를 완성하기로 했지만, 한반도 위기 고조 시 미국 내 여론과 정권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핵무기를 러시아에 넘기는 대신 미국 영국 등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은 ‘부다페스트 각서’를 맹신해 국방력 강화를 소홀히 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교훈도 있다. 당장 핵무장은 어려운 만큼 위기 시 단기간에 가능할 수 있도록 플루토늄 재처리·우라늄 농축 기술 및 시설을 갖추는 것을 비롯해 핵 잠재력 확보에 나서는 등 자체 안보 강화 노력에도 한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