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머리 커트·강아지 미용도 '셀프'…MZ는 '짠테크' 중

돈 안 쓰는 '무지출 챌린지'도…친목 모임은 식당 대신 집에서
새해가 밝았지만 계속되는 고물가로 MZ 세대는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MZ 세대는 '투잡'이나 '짠테크'(짠돌이+재테크)로 수입을 늘릴 뿐 아니라 적지 않은 돈을 내야 했던 서비스 비용을 줄일 방법도 모색한다.

이런 방법을 유튜브나 소셜미디어(SNS) 등에 공유하기도 한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직장인 신모(34) 씨는 최근 1년여간 미용실을 찾지 않았다. 여성 기준 미용실 커트 가격이 3만원을 웃돌고, 파마나 염색에 십수만원씩 써야 해 미용실 자체를 끊었다고 한다.

대신 여동생으로부터 가끔 머리 커트를 받는다.

신 씨는 "유튜브에 올라오는 '셀프 커트' 동영상을 참고하면 스스로 또는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아 자를 수 있다"면서 "앞머리는 직접 자르는데 미용실에서 받는 커트보다 낫다"며 웃었다. 남성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집에서 스스로 염색하는 것은 예사고, 커트 비용을 아끼기 위해 머리를 기르기도 한다.

서울에서 사업을 하는 정모(30) 씨는 장발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정 씨는 "처음에는 살면서 한 번쯤 머리를 길러보고 싶어 이발하지 않았는데, 머리를 기르니 커트와 파마를 할 때마다 내던 5만원 정도의 비용을 아낄 수 있어서 경제적"이라고 했다.

MZ 세대의 넉넉지 않은 주머니 사정과 '짠테크' 소비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1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78만3천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보다 2.4% 감소했다.

1인 가구 중에는 MZ 세대에 속하는 20∼30대 미혼 직장인이 많은데, 이 같은 1인 가구의 소득 감소는 같은 기간 전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3.4%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소득이 줄어든 1인 가구는 의류·신발, 음식·숙박비 등 생활에 필수이면서도 아낄 수 있는 분야의 소비부터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인들 사이에서는 강아지 미용을 스스로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미용비는 견종에 따라 5만∼15만원 정도인데, 미용해주지 않으면 털이 엉키고 위생상 좋지 않아 반려인들에게는 고정적인 지출로 인식돼 왔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30) 씨는 "강아지 털이 워낙 빨리 자라 한 달에 한 번 미용실에 데려가야 해 비용이 부담스러웠다"며 "전기이발기(속칭 바리깡)를 사서 직접 강아지 털을 밀어주면서 그나마 돈을 아끼려고 한다"고 했다.

경기도 양주에 사는 직장인 전모(30) 씨는 최근 친구들과의 모임을 집에서 했다.

외식비를 줄이고 한잔에 8천∼9천원 정도 하는 '하이볼'도 직접 만들어 먹는 게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MZ 세대 사이에서는 몇 년 전부터 며칠간 아예 돈을 쓰지 않는 '무지출 챌린지'나 오픈채팅 카톡방 '거지방'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카페에 가지 않고 탕비실에서 믹스커피를 타 먹거나, 도시락을 싸 와 이를 SNS에 인증하곤 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대유행 후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고물가·고금리가 이어져 젊은 층 사이에서 '절약 문화'가 자리 잡았다고 분석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물가는 지나치게 올랐지만 임금은 오르지 않고, 취업도 잘되지 않아 젊은 층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절약은 좋은 습관이지만 지나친 절약으로 건강을 해치거나 인간관계를 단절해 스스로 고립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비가 지나치게 위축되면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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