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의 상쾌한 하루] 대장암, 면역치료로 완치될까?

대부분 암 환자가 가장 선호하는 치료 방법은 수술 없이, 큰 고통 없이 암을 완치하는 것이다. 암 치료는 크게 수술, 방사선 치료 같은 국소적인 치료법과 항암제 치료, 면역치료 같은 전신적인 치료법으로 나눌 수 있다. 암이 주위 장기로 퍼지지 않은 1기나 2기 암의 경우 수술과 같은 국소 치료법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나 림프절 전이가 있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가 있는 3기나 4기 암의 경우는 수술 후 항암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항암치료를 받으면 머리가 빠지고 구토가 심해서 먹지 못해 몸이 약해지고 오히려 병이 더 악화한다고 믿는 사람이 있어 항암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환자도 많다. 물론 일부 항암제는 탈모를 유발해 머리가 전부 빠지기도 하지만 항암제 투여를 중단한 후에는 다시 머리가 자라기 때문에 그렇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구토의 경우도 여러 종류의 항구토제가 개발돼 있어 적절하게 사용하면 큰 어려움 없이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다. 식욕 감퇴는 경구 영양보조제를 사용하거나 식욕을 상승시키는 약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2015년 90세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뇌에 전이된 악성흑색종을 치료해 완치됐다. 면역관문을 억제하는 항암면역치료를 받았다. 비록 최근 다시 간과 뇌로 전이돼 더 이상의 연명치료를 받지 않았지만 90세 환자가 8년 정도 암 재발 없이 지낼 수 있었다는 사실은 많은 암환자에게 희망을 줬다.

B세포나 T세포 같은 면역세포는 우리 몸에 침입한 바이러스나 비정상적으로 생성된 암세포 등을 적으로 간주해 공격해서 소멸시킨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정상세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 ‘면역관문’이다. 그런데 진화한 암세포는 이 면역관문을 조정해 마치 자신이 정상세포인 것처럼 위장하고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해 간다. 그래서 면역관문억제제는 암세포가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는 과정을 차단하고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적으로 간주해 공격하게 함으로써 항암 효과를 나타낸다.2022년 미국 뉴욕의 슬론케터링 암연구소에서 수술 전에 2기와 3기 직장암환자에게 PD-1 면역관문억제제를 투여하고 관찰한 결과, 계획된 6개월 동안 약제를 투여받은 12명의 환자 모두에게서 임상적 완전 관해가 관찰됐다. 1년 동안 추적한 결과 재발이 없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까지는 모든 대장암 환자에게서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고 전체 대장암 환자의 5~10%에 해당하는 현미부수체 불안정 상태인 dMMR/MSI-H 대장암에서 효과가 있다.

암세포의 면역 회피를 차단하는 면역관문억제치료는 비약적으로 발전해 왔다. 대장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MSS 대장암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머지않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이대서울병원 외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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