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무역기술 장벽을 넘는 현명한 협업

조영태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원장
A사는 세계 최초로 석유화학계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PLA) 시트를 개발해 수출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환경 기준을 엄격하게 따지는 유럽 선진국에 당당히 내놓을 수 있는 친환경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A사는 독일 수출을 위해 관련 인증 취득이 시급했다. 벨기에와 독일의 해외 시험인증기관에 의뢰해 봤지만, 기간이 너무 길고 비용이 상당한 데다 현지 담당자와의 협의도 쉽지 않았다.

A사는 현재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을 통해 국내에서 관련 시험을 진행 중이다. 우리 연구원이 독일 인증기관인 딘 서트코(DIN CERTCO)의 공식 시험기관으로 지정되면서 국내에서의 시험 결과가 독일에서도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결과가 나오는 대로 내년 상반기 중 인증 취득을 완료하면 본격적으로 수출길이 열리게 된다.세계 각국은 자국민과 기업 보호 차원에서 수입 제품에 대해 다양한 인증을 취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에 제품 수출을 위한 첫 관문은 바로 해당 국가의 인증 취득이다.

말은 쉽지만 인증 취득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나라마다 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그때그때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대기업이라면 그래도 형편이 낫겠지만, 직원 몇 명 되지 않는 중소기업에는 언어 문제도 당장 직면하게 될 넘기 힘든 장벽이다. 오죽하면 국내 수출기업의 애로 중 20%를 차지하는 사항이 해외 인증 취득일 정도다.

과거 국내 기업들은 오로지 독자적인 노력으로 해외 인증이나 표준 등의 무역장벽을 힘겹게 넘어서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국가적 위상이 높아진 것만큼이나 시험인증 분야에서도 국내 관련 기관의 위상이 제고됐다. 오랜 기간 글로벌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 온 결실이다.예컨대, 배터리 수출을 위한 UL 인증과 TUV 인증, 실내 건축자재 수출을 위한 그린가드 인증, 마스크 수출을 위한 CE 인증, 물류 이동 시 안전 확인을 위한 ISTA 인증 등 해외 인증을 취득해야 할 때 필요한 시험 결과를 외국에 가지 않고도 안방에서 해결할 수 있다. 국내 수출기업과 시험인증기관이 현명한 협력을 통해 해외 각국에서 요구하는 제품 인증을 돌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요즘 세계 시장은 각국이 보호무역주의로 다시 회귀하는 것 아닌가 하는 미묘한 기운이 느껴진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를 생각하면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국내 수출기업과 시험인증기관들은 탄탄한 협력의 고리로 결속해 다시 한번 세계 시장을 향한 개척자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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