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與 '한동훈 비대위원장' 논란에 기대와 우려 교차하는 이유

국민의힘이 ‘한동훈 비대위’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5일 의원총회에서 주류 친윤(친윤석열) 의원들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가장 유력한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로 거론하고, 비윤계 의원들이 이에 반발하면서다. 여당이 현재 처한 상황은 딱하다. 정통 보수여당 대표가 집권 2년도 안 돼 두 번이나 하차한 것 자체가 전례 없는 일이다. 아무리 유능하다고 해도 정치 경험이 전무한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건 여권에 그만큼 인물이 없다는 얘기 아닌가.

비대위원장은 선거대책위원장과 달리 사실상 당 대표 역할을 하면서 내년 총선을 이끌어야 하는 자리다. 친윤계가 주장하는 대로 한 장관은 장점이 많다.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힐 만큼 인지도와 참신성이 높고, 언론과의 소통 능력도 뛰어나다. 사흘 전 순직 장병의 어머니를 만난 자리에서 눈물을 쏟았듯이, 공감 능력도 남다르다. 그간 야당 의원들의 집요한 공격을 흔들림 없이 막아낸 대야 전투력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런 한 장관이 당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면 중도층과 부동층 민심까지 견인하며 내년 총선 판을 흔들 수 있다는 게 ‘한동훈 비대위’의 긍정론이다.정치 경험이 없고 정치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은 한 장관의 최대 약점이다. 총선을 치르려면 공천 등의 과정에서 복잡한 상황을 정리·조율해야 하는데 선거 실무와 당무 경험과 이해가 부족한 한 장관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후배이자 최측근이라는 점도 당정 관계에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문제는 벌써부터 여당 내에서 주류, 비주류가 각자의 셈법에 따라 비대위원장을 저울질한다는 점이다. 당의 위기 상황에서도 객관적인 평가보다 이른바 ‘윤심(尹心)’의 향배와 향후 공천 경쟁에서의 유불리를 따지며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침몰하는 배 위에서 멱살잡이하는 꼴이다. 현재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각각 장단점이 있다. 개인의 유불리보다 당의 앞날을 따져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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