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돈키호테'의 여주인공은 오만 감정을 부채로 표현한다

[arte] 손태선의 그림과 발레 사이
아이들이 다툰다. 태양이 언제 우리 가까이 있는 지를 놓고. 한 아이는 해의 크기가 아침에 뜰 때 가장 크고 낮에는 작다는 이유로 아침에 해가 우리 가까이 있다고 주장한다. 다른 아이는 아침에는 춥고 낮에는 더우니, 낮에 해가 더 가까이 있다며 한다. 인생에는 이런 것들 투성이다.

책이나 발레 공연을 보다가도 언뜻 이해하기 힘든 생각이 들곤한다. 왜? 저 장면에서 갑자기 왜 저런 동작을 하는지? 산초는 왜 뜬금 없이 돈키호테의 시종이 되고, 돈키호테는 왜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며 풍차를 공격하는가. 추워야 할 12월초순 날씨가 봄날보다 포근한 것만큼이나 이상하다.
용감한 기사의 무용담을 너무 많이 읽고, 몰입돼 자신이 기사라고 믿게 된 돈키호테는 환상의 여인 둘시네아를 찾아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그녀를 구하기로 하고 산초와 함께 모험의 길을 떠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광장의 가난한 이발사 바질은 선술집 로렌조의 딸 키트리를 보고 첫눈에 반하지만, 로렌조는 가난한 바질이 맘에 들지 않고,멍청한 부자 귀족 가마슈와 결혼시키고자 한다. 이때 돈키호테가 나타나 키트리를 둘시네아로 착각하고, 춤을 신청하는 것을 본 바질은 질투한다. 키트리와 바질은 잠시 다투다 화해하고 마을로부터 멀리 도망친다.

집시의 야영지에서 집시들은 키트리와 바질을 위해 춤을 춘다. 돈키호테가 나타나고, 야영지 주변에 있는 풍차를 보고, 둘시네아를 공격하러 오는 적군의 기사로 착각하고는 풍차를 향해 덤벼들고, 갑자기 아수라장이 된다.돈키호테는 꿈 속에서 요정의 나라에 가서 요정들과 춤을 춘다.
요정들 가운데 둘시네아의 모습을 한 키트리를 만난다. 바질이 사라진 것을 알게된 로렌조와 가마슈는 그들을 찾아 집시의 야영지로 들어오지만, 산초는 로렌조에게 엉뚱한 방향을 알려주며 길을 헤메게 하고 다시 마을로 돌아간다.바질은 키트리와 결혼하지 못하면 자살하겠다고 위협하며, 단도로 자신의 가슴을 찌르고 쓰러진다. 키트리는 바질이 죽은 줄 알고 슬퍼하지만 연기였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돈키호테에게 바질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 주도록 아버지를 설득해 달라고 부탁한다. 키트리를 불쌍히 여긴 돈키호테는 로렌조에게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하게 한다. 마지 못해 로렌조가 허락하자마자 바질이 벌떡 일어나고,자신들의 작전이 성공한 것을 기뻐한다.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키트리와 바질의 친구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고 에스파다와 메르게데르의 매혹적인 춤에 이어 마을 남녀들이 스페인의 민속춤인 판당고 춤을 춘다. 마침내 키트리가 둘시네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방랑의 기사 돈키호테는 환상의 여인을 찾아 다시 새로운 모험의 길을 떠난다.

돈키호테의 주인공은 사실 돈키호테가 아니라 선술집 주인의 딸 키트리와 그의 연인 이발사 바질이다. 키트리는 부채를 들고 등장한다. 이 부채는 키트리의 기분을 표현해 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아빠가 사랑하는 이와의 결혼을 반대할 때, 바질과의 사이에 작은 오해로 말다툼할 때 키트리는 화나는 감정을 부채로 표현한다. 자신의 얼굴을 향해 세게 부채질하면 '화 난다', '열받는다' 등의 표현이 된다. 또한 엔딩에서 부채를 접어 춤을 추며 발등을 치는 동작은 '기쁘다' '즐겁다'는 뜻이다. 몸을 뒤로 젖히며 하늘을 향해 날 듯이 기쁨을 표현하는 것이다.모든 것을 말로 다 표현해야 상대가 느끼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말로 다 표현될 수 없는 이야기들도 많이 있다.가장 적은 단어로 가장 많은 것을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발레리나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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