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도부 재출범 민노총, 이제는 '사회적 책무' 외면 말아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지도부가 새롭게 꾸려져 내년 1월 출범한다. 산업의 대격변기에 임기 3년의 신임 위원장 어깨에 걸린 무게감은 남다를 것이다. 외부에서 보면 새 지도부에 대한 기대보다 우려가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출범하자마자 ‘윤석열 정권 퇴진’ ‘지난 3년보다 더 강한 투쟁’을 표방하는 등 벌써 ‘정치 투쟁’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민노총은 현 정부 들어 강경 투쟁으로 일관하며 사회적, 정치적 고립을 자초했다. 지난해 12월 민노총 산하 화물연대가 파업에 나섰다가 15일 만에 정부의 원칙 대응에 밀려 사실상 백기 투항했다. 지난 7월에도 민노총의 주요 산별노조가 ‘정권 퇴진’ 구호를 외치며 2주간 총파업을 벌였다. 물론 별다른 성과는 내지 못했다. 이달 초에는 민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노조가 인원 구조조정 등에 반발해 투쟁에 나섰지만, 근로자들이 대거 외면하는 바람에 결국 접어야 했다.특히 서울교통공사 파업 당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노조가 “무슨 자격으로 지하철을 세우냐?”며 민노총 산하 노조를 공개 저격한 것은 대형 노조의 ‘기득권 지키기’와 ‘외골수 식 강경 투쟁’이 청년들에게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일대 사건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파업 대열에서 이탈하고, 최근 사회적 대화에 복귀하는 등 유화 모드로 돌아선 것도 청년 근로자들의 이런 인식 변화를 절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민노총도 살아남으려면 변해야 한다.

현재 고용·노동시장에 개혁 이슈가 산적해 있다. 당장 근로시간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 현행 1주일인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월·분기·반기·연 등으로 확대해 기업들 숨통을 터줘야 한다. 60세 이후 계속 고용과 임금체계 개편,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의 사안도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그에 따른 생산성 하락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권 퇴진 구호나 외칠 때가 아니다. 민노총이 노동 권리만 무한 주장해선 안 된다. 커진 덩치만큼 사회적 책무도 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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