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렛 요한슨이 얼마나 훌륭한 배우인지 확인시켜주는 영화 '결혼 이야기'

[arte] 정대건의 소설처럼 영화읽기
결혼이야기 스틸컷
노아 바움백 감독의 '결혼 이야기'는 제목과 달리 한 부부가 겪는 현실적인 이혼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가 시작되면 남편과 부인이 서로의 장점을 나열하는 말들이 화목한 결혼 생활 모습 위로 보이스 오버된다.

이 인트로 장면은 정말이지 사랑스럽고 행복하기 그지 없어서 두 사람은 서로의 부족함을 보완해 주는 이상적인 한 쌍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이혼을 앞두고 부부 관계 치료 상담을 받는 중이다. 이 둘에게는 사랑스러운 아들이 하나 있고, 이혼 후에도 서로를 위하는 친구처럼 지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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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인 찰리(애덤 드라이버)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연극 연출가이고 이제 막 업계의 인정을 받아 브로드웨이 무대에 진출하게 되었다. 부인인 니콜(스칼렛 요한슨)은 찰리의 말을 빌리면, 영화를 찍고 LA에 남아 스타가 될 수도 있었는데 다 포기하고 찰리와 함께 뉴욕에서 연극을 시작했다. 니콜은 LA로 넘어와 일을 시작하고, 현실적인 문제로 원만하게 갈라서려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에게 애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닌 듯 보인다. 그러나 두 사람의 갈등은 이혼 전문 변호사가 얽히면서 최악으로 치닫게 된다.

'오징어와 고래' '프란시스 하' 등 저예산 작품들을 만들며 일상을 개성 있는 스타일로 포착해 온 노아 바움백은 '결혼 이야기'를 통해 장인으로 거듭난 듯하다. 많은 장면들이 훌륭하지만 찰리와 니콜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으며 언쟁하는 장면은 배우들의 연기와 연출 편집이 모두 교보재로 쓰여도 좋을 만큼 훌륭하다.

다른 인상적인 장면은 이혼 절차를 마친 후 혼자가 된 찰리 역할의 애덤 드라이버가 스티븐 손드하임의 뮤지컬 '컴퍼니'의 스코어 ‘Being Alive’를 노래하는 장면이다. ‘혼자는 혼자일 뿐 살아가는 게 아니야’라고 말하는 이 노래의 가사는 이 영화에서 찰리가 처한 상황과 너무나도 절묘하게 교차되어 깊은 울림을 준다. (한동안 유튜브에서 여러 버전의 ‘Being Alive’를 찾아 들으며 빠져 지냈다.) 진정으로 ‘애증’의 관계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인생 영화 리스트에 등극할 가능성이 크다. 배우 애덤 드라이브가 왜 많은 거장 감독들에게 러브콜을 받고 있는지, 한동안 슈퍼 히어로 영화에서 친숙해졌던 스칼렛 요한슨이 얼마나 훌륭한 배우인지,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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