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과 北, 통일부 협공에 어떻게 이렇게 손발 잘 맞나

대북전단금지법, 남북한 9·19 군사합의에 관한 더불어민주당의 인식이 ‘외눈박이’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제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전단을 살포해 북한이 도발하면 장관이 책임질 것인가”라고 김영호 통일부 장관을 몰아세웠다. 김 장관은 “전단 살포는 우리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법 개정안 발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들 때부터 줄곧 내세운 논리가 북한의 도발을 부추겨 접경지 주민의 안전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2020년 12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고,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는 많은 우려에도 기어코 전단금지법을 처리했다. 그러나 이는 지난달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사망선고를 받았다. 헌재는 ‘접경지 주민 안전’에 대해 “전단 살포를 일률적으로 금지하지 않더라도 경찰의 사전 신고 및 금지 통고 제도 등을 통해 보완하면 된다”며 이를 이유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면 안 된다고 했다. 김 장관의 ‘법 개정’ 발언은 이런 결정에 대해 국무위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말이다. 민주당도 전단 금지 조항이 위헌 결정이 났다면 마땅히 따라야 하나 요지부동이다. 민주당은 9·19 합의에 대해선 접경지 남북한 우발적 충돌 위험을 급감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군의 우리 군 감시초소(GP) 조준 사격, 잇단 해상 완충수역 포 사격 등을 보고도 이런 소리를 하다니 ‘정신승리’에 다름 아니다.

때맞춰 북한 선전매체들은 김 장관에게 ‘대결 악담을 쏟아내는 미치광이’ ‘괴뢰 장관’ ‘범죄적 망동’ 등 잇달아 막말을 퍼부으며 ‘준엄한 심판’ 협박도 했다. 김 장관이 대북전단금지법의 부당성과 9·19 합의의 불균형을 지적하는 등 ‘원칙적 대북관계’를 강조해 온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북한 김여정이 “(금지)법이라도 만들라”고 하자 4시간여 만에 진짜 전단금지법을 제정한 지난 정부와 같이 고분고분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일 것이다. 현 정부 대북정책 비판에 민주당과 북한은 어쩌면 이렇게 손발을 잘 맞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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