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관(官)이 점유한 공공성

김상봉 고려대 정부행정학부 교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은 개인으로서도 존재하지만 가깝게는 동료, 친구와의 관계 속에서 일정한 형태의 방법에 의해 서로 합의를 형성하고, 개인의 영역과 그 이외의 영역, 즉 공적인 영역을 형성한다. 상호 조정하고 규칙과 준거 기준을 마련해가며 이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회적 존재다.

이를 공공(公共)이라 정의한다. 공공은 원래 합의 형성이 필요한, 즉 개인의 의사만으로 처리할 수 없는 영역이다. 자기와 타인의 공동 의사로 형성한 규범과 기준을 다 함께 지키고, 공동의 의사로 상호 간 행위를 다스리는 영역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공적 또는 공공의 원리를 어느 순간부터 관(官) 또는 정부의 역할 기능이 독차지해버린 경향이 있다. 그래서 공공의 영역이라고 할 때 행정이나 정부가 관할하고 통치하는 영역으로 생각하기 일쑤다. 모든 것을 정부에 의존하고 정부나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행정서비스에 지나치게 의존한 결과 시민의식으로서의 공공성은 미성숙됐다. 지역사회의 능동적 시민성도 위축돼 왔다.우리 가정에도 이런 공공의 영역, 공공성의 개념이 존재한다. 한 가정의 부부는 우선 그(남자)와 그녀(아내)의 사적 영역이 각각 존재한다. 그러나 가정을 유지하기 위한 둘만의 합의 형성, 즉 일정한 공공의 영역이 분명 존재한다. 최소한의 공동체인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부부간에 지켜야 할 공적 영역이 무너진다면 아마 원만한 가정이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부부관계를 넘어 가정 내 부모와 자식 간에도 마찬가지다. 간혹 가정 내에서의 공적 영역이 무시되거나 침해되면 정부나 공권력이 개입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가정 내에 공공의 영역이 존재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가정의 단위를 넘어 근린 지역사회를 보자. 요즘 산책하기 좋아서 주택가 주변 공원이나 산책로를 걷는 시민이 많다. 반려동물을 동반한 시민도 무척 많은데 붐비는 공원에서 여러 이유로 누구나 한 번쯤 불편한 상황을 느껴봤을 것이다.

도심 사회를 보자. 지하철을 타고 내릴 때, 내리고 타기를 기다려주는 공적 영역이 분명 존재한다. 이런 공적 영역이 허물어지면 혼잡과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붐비는 도심에서, 지하철이나 거리에서 어깨나 팔이 다른 사람에게 살짝 스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는 사회, 즉 타인의 공적 영역을 상호 존중하는 사회다. 최근 길에서 어깨가 부딪혔다고 흉기를 휘두른 것이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다. 개인이든 가정이든 사회 일원으로서 공적 영역은 항상 존재한다. 정부 위주의 공공성 확보가 아니라 시민 위주의 공공성 확보가 바람직한 선진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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