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킹으로 투·개표 조작 가능하다니…그동안 무슨 일 벌어진 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투·개표 관리 시스템이 북한 등의 해킹 공격에 언제든 뚫릴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정보원이 선관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합동 보안 점검을 한 결과다.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등 공직 선거와 각종 위탁 선거를 총괄하는 시스템이 이렇게 허술하게 운영돼 왔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당장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시스템 보안 강화 조치가 시급해졌다.

국정원에 따르면 투·개표 시스템, 선관위 내부망 등 총체적으로 해킹 취약점들이 발견돼 특정 세력이 얼마든지 투표 조작, 개표 결과 변경까지 할 수 있다. 유권자 등록 현황과 투표 여부 등을 관리하는 시스템에 침투할 수 있고, 접속 권한 및 계정 관리가 부실해 해킹이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전투표하거나 하지 않은 유권자가 그 반대로 표시될 수 있고, 유령 유권자도 정상 등록할 수 있다. 사전투표 용지에 날인하는 도장 파일을 훔칠 수 있고, 투표 분류 결과도 바꿔놓을 수 있다. 해커가 개표 결과값을 바꿀 수 있고, 선관위 업무망·선거망 침입도 가능했다. 투표지 무단 인쇄, 투표지 분류기에 해킹 프로그램 연결 가능 등 부실 사례는 수두룩했다. 선관위 전체 장비의 5%만 점검해도 이런 지경이다.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닌데도 선관위의 행태는 무책임하다. 선관위는 지난 2년간 8차례 해킹 메일 공격을 받았다. 2년 전 북한 ‘김수키’의 악성코드에 감염돼 대외비 문건이 유출된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선관위는 정치 중립을 이유로 보안 점검을 거부하다가 뒤늦게 수용했다. 이번 감사에 대해서도 “해킹 가능성만 부각한 선거조작 언급은 선거불복 조장”이라는 안이한 반응을 내놨다. 선거는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주춧돌이다. 해킹으로 당락이 달라진다면 그 파장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지난 대선처럼 0.73%포인트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선거라면 후폭풍은 가늠하기 어렵다. 엄정한 진상 규명과 함께 선거 시스템 전면 보완이 시급하다.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