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0.003점' 차로 메달 놓친 서희주 "나 자신이 자랑스러워"

"메달 획득 여부 떠나 준비했던 것 후회 없이 펼쳤다"
두 번의 수술을 받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은퇴를 미룬 뒤 5년 동안 훈련에 매진한 결과는 매우 가혹했다.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단 0.003점 차이로 동메달을 놓친 우슈 국가대표 서희주(29·전남우슈협회) 이야기다.

서희주는 27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샤오산 구아리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우슈 투로 여자 검술·창술에서 최종 총점 19.423점을 획득해 라이 샤오샤오(19.600점·중국), 자라 키아니(19.436점·이란), 두옹 뚜이 비(19.426점·베트남)에 이어 4위에 올랐다.

동메달리스트인 뚜이 비와 차이는 불과 0.003점. 매우 아쉬운 결과였다.
서희주는 이날 펼친 약 1분 30초의 짧은 연기를 위해 무려 9년의 세월을 기다렸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던 서희주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메달 획득을 노렸으나 경기 시간을 불과 5분여 남기고 마지막 점검을 하던 중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으로 출전 기회를 놓쳤다.

그는 귀국 후 두 차례나 수술받았지만,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훈련을 이어갔다.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서희주는 "우슈는 실업팀이 없어서 수입도 적고 주변의 관심도 못 받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래도 은퇴하려니 눈물이 계속 나더라. 미련이 남지 않을 때까지 도전을 이어가자는 마음으로 계속 운동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서희주는 20대 청춘을 고스란히 우슈와 함께했다.
경기 결과에 울음이 쏟아질 법도 했지만, 서희주는 눈물을 애써 참았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서희주는 "내 경기엔 만족한다.

메달 획득 여부를 떠나 준비했던 것을 후회 없이 펼쳤기에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이번 대회는 유독 간절함이 컸던 무대"였다며 "석 달 전부터 아시안게임 생각이 계속 나서 잠을 설치기도 했다.

다행히 오늘은 잠에서 깼을 때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고, 자신 있게 경기에 임했다"고 덧붙였다.

서희주는 씩씩하게 자신을 우슈의 길로 이끈 부모님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아마 매우 긴장하시면서 결과를 기다리셨을 것"이라며 "내 모든 것을 쏟아냈기에 부모님도 기뻐하실 것 같다"고 밝혔다.

서희주는 7살 때 우슈 체육관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따라 운동을 시작했고, 국가대표로 성장했다.

서희주는 지난 5년간 힘든 시간을 이겨낸 자신을 칭찬하기도 했다.

그는 "자카르타·팔렘방 대회를 마지막으로 여겼는데,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 신기하고 대견하고 자랑스럽다"라며 방긋 웃었다.그러고는 웃으면서 공동취재구역을 떠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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