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中국방장관, 건강 이유로 회의불참"…美당국자 "해임된듯"

미국 측 "지난주 베트남 회의 돌연 취소"…"이미 해임돼 조사 중"
2주 넘게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리상푸(65) 중국 국방부장(국방장관)이 지난주로 예정됐던 베트남 국방부 수뇌부와의 만남에도 '건강 문제'를 이유로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 부장이 이미 직을 잃고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미국 당국자들의 언급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14일(현지시간) 관련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복수의 베트남 당국자를 인용해 이달 7∼8일 베트남 주최로 중국·베트남 국경에서 열릴 예정이던 연례 국방 협력 회의가 갑자기 연기됐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들은 중국 측이 리 부장의 '건강 상태'에 대한 이야기를 베트남 측에 알린 뒤 회의가 뒤로 밀렸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에서 언론 대응을 담당하는 국무원 신문판공실과 국방부는 베트남 행사에 관해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으며, 중국 주재 베트남대사관도 14일 저녁까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당국자는 미국이 리 부장의 베트남 회의 취소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15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를 인용해 미국 당국자들은 리 부장이 이미 해임됐고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 부장을 상대로 한 조사의 성격이 어떤 것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고 통신은 전했다.

올해 3월 국방부장에 임명된 리 부장은 중앙군사위원회 장비발전부장 재임 당시인 2018년 러시아로부터 Su-35 전투기 10대와 S-400 방공미사일 시스템을 불법 구매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국방부 수장 자리에 올렸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올해 중반 들어 외교, 경제, 글로벌 이슈 등의 대화 채널을 속속 되살리는 가운데도 유독 군사 채널의 복원이 늦어지는 이유로 리 부장 등 중국군 지도부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드는 관측도 나올 만큼 리 부장은 미중 갈등을 상징하는 인물 중 하나였다.

그는 최근까지도 외국 고위 인사나 다자 회의에 참석해 대미 강경 발언을 쏟아냈으나, 지난달 29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평화안보포럼 기조연설 이후 관영 언론에 등장하지 않고 있다.

그의 부재 상황에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한 것은 미국 외교당국이었다.

버락 오바마 전 미 행정부에서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람 이매뉴얼 일본 주재 미국대사는 지난 8일 주일대사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계정에 "시진핑 주석의 내각 라인업은 애거사 크리스티(영국 추리소설가)의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닮았다"며 "처음에는 친강 외교부장, 그리고 로켓군 사령관이 실종된 뒤 이어 이제 리상푸 국방부장이 2주 동안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썼다.

그는 이어 "누가 이번 실업 레이스에서 승리할 것인가"라며 "중국 청년인가, 시진핑의 내각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이 트윗에 '베이징 빌딩의 미스터리'라는 해시태그도 붙였다.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무인도 별장에 초대받은 8명의 남녀와 별장의 하인 부부를 포함한 10명이 폭풍우로 인해 아무도 섬을 떠나지 못하는 가운데 한 명씩 살해당하지만, 누가 범인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세로 꼽혔던 친강 전 외교부장과 중국군의 핵심인 로켓군 고위직들이 사라지고 다른 인사가 그 자리를 대신한 데 이어 리 부장도 같은 길을 걷는 게 아니냐는 뜻으로 해석된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리 부장의 상황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매뉴얼 대사의 리 부장 실종 의혹 제기에 대한 입장을 묻자 "나는 당신이 언급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