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단가 못 맞춰 국산 수산물 못 늘리는데…"

"단체급식에 국산 수산물 확대"
여당 요청에 급식업체들 '곤혹'

수입보다 27% 비싼 국산 고등어
추가 손질인력도 필요…인건비↑
4000원대 공공 급식단가론 한계
단체급식업체들이 정부와 여당의 국산 수산물 급식 확대 요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반적인 급식 단가 내에선 국산 수산물 가격을 맞추기 어려워서다.

6일 단체급식업계에 따르면 CJ프레시웨이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신세계푸드 등 5대 단체급식업체 식자재 중 수산물 비중은 10%가량이다. 이 중 국산은 김, 미역 등 해조류와 멸치 등 일부에 그친다. 대부분은 전처리한 수입 냉동제품이다.
지난달 30일 국민의힘과 수협, 급식업체들이 ‘우리 수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한 협약을 맺은 이후 1주일이 지났지만 이 같은 수산물 비중은 아직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체적으로 국산 수산물을 사들여 급식에 활용하기로 한 HD현대의 급식사 현대그린푸드와 대기업 한두 곳으로부터 국산 수산물 메뉴 확대 문의를 받은 아워홈 및 신세계푸드가 수산물 비중을 높이는 걸 검토하는 정도다. 급식업계 관계자는 “국산 수산물은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클 뿐 아니라 별도의 손질 과정을 거쳐야 해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며 “다른 농산물과 축산물 구입이 줄어들게 되는 만큼 농민들이 민감해하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도매시장에서 거래된 국산 고등어 한 마리 가격은 4108원으로 냉동 수입 고등어 3226원보다 27.3% 비싸다. 국산 흰다리새우 도매가는 ㎏당 2만원 수준으로 외국산 1만2000원보다 66.6% 높다. 1㎏ 기준으로 닭고기(6210원)와 돼지 앞다리살(1만3990원)보다 비싸다. 한 끼에 5000~7000원 수준인 일반 기업 급식 단가로는 국산 수산물 메뉴 확대가 어렵다는 게 급식업계 의견이다.특히 공공부문에선 국산 수산물 식자재로 급식단가 맞추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정부세종청사 구내식당도 별도 예산 없이는 국산 수산물을 늘리기 쉽지 않다. 청사의 급식단가는 4000~4500원에 머문다. 국산 수산물 소비 캠페인을 벌이는 해수부가 이용하는 정부세종청사 5동 구내식당조차 국산 수산물 메뉴를 찾기 어렵다.

한 끼에 3000원인 대통령실 용산청사 구내식당에서 광어·우럭회, 제주 갈치조림, 전복 버터구이 등이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청사 직영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게 업계 얘기다.

무엇보다 급식업체들이 마음대로 메뉴를 정할 수 없다는 것이 수산물 급식 확대가 어려운 주요인으로 꼽힌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와 경제단체들이 수산물 사용을 독려하더라도 직원들이 반대하면 메뉴를 바꾸기 어렵다”고 했다. 정부와 여당의 국산 수산물 급식 확대 대상에 학교급식이 제외된 것도 학부모와 학생들의 요청 때문이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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