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폴 타부레 전시회'의 테이블 아래에 누가 숨었을까?

[arte] 박주혜의 파리통신
6월 21일 부터 9월 3일까지 프랑스 파리의 라파예트 앙티시파시옹(Lafayette Anticipations) 에서 폴 타부레(Pol Taburet)의 전시가 열렸다.

이번 전시가 열린 라파예트 앙티시파시옹은 2013년 갤러리 라파예트(Galerie Lafayette) 그룹과 물랭 패밀리(Moulin Family)의 기부기금으로 운영되며 현대 예술과 창작을 지원하고 전시를 위한 장소이다. 2018년 마레지구에 개관한 이래 현대미술, 디자인, 음악 및 퍼포먼스 공연 등 다양한 예술 형식의 예술가들에게 창작의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장소로서 역할을 하고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공간이다. 특히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작업활동을 더욱 장려함으로써 현대 미술의 다양성을 확장 시켜 동시대를 넘어 미래의 현대미술의 트랜드 탐구를 선도한다. 매년 3회 이상의 전시회와 공연을 주기적으로 선보이며 그 외의 다양한 워크샵, 아티스트 토크 등의 행사를 통해 창작자와 관람객의 교류를 촉진시키고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국제적인 예술가와 프랑스의 협업에도 적극적이다.

이 공간에서 지난 여름 동안 선보인 작가는 폴 타부레. 그는 l’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e Paris Cergy를 졸업하고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1997년생 젊은 아티스트이다. 폴 타부레는 인간과 동물의 신체와 사물의 관계, 집에서 이들이 공존하는 방식에 대해서 질문하고 그것은 어린시절 상상력속에서 창조해낸 신비롭고 마법적인 존재를 카리브해 신화와 신앙, 미술사 그리고 tv시리즈 등 다양한 분야를 바탕으로 영감의 원천을 찾아 그의 상상력 속 신비로운 존재와 결합하여 표현한다.

특히 ‘가변성’에 집중해서 사물과 사물을 섞고 신체의 변형 등을 통해서 우리의 삶 속에 변형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회화스타일은 음악에서 즉흥연주와 같이 자유롭게 밑그림을 전혀 그리지 않고 회화를 표현한다. 또한 이번 전시를 통해, 기존의 매체에서 나아가 대형 조각 작업까지 그의 작업 세계를 확장하여 보여줬다.
파리 발리스 헤르틀링(Balice Hertling) 갤러리에서 OPERA I , 로스앤젤레스 CLEARING 갤러리에서 OPERA II 를 각각 선보인 후 라파예트 앙티시파시옹에서 선보이는 그의 단행본 전시회이다. < OPERA III: ZOO ‘천국과 지옥의 날 > 은 삶과 죽음의 사이, 슬픔과 행복의 사이, 내부와 외부, 어둠과 빛, 꿈과 각성 사이의 등 다양한 차원의 양면성을 전시에서 느끼도록 초대한다.

첫번째 공간인 1층은, 세트장에 온 기분이 들게끔 꾸며졌다. 전시장을 방문하면 관람객이 처음 마주하는 것은 의인화된 조각품인 ‘소울 트레인(Soul Trains)(2023)’이다. 어린이 기차에 기하학적으로 크게 만들어진 머리를 붙여 견고하고 위협적으로 보이게끔 만든 이 작품은 죽은 자의 영혼을 수호하는 머리가 많은 개 ‘케르베로스’의 신화에 나오는 상상의 동물을 재구성한 것이다. 이 작품은 1970년대 초 미국 최초의 텔레비전 쇼의 이름에서 착안된 것이다. 이 쇼는 흑인 음악에 초점을 맞추고 흑인 음악으로 프로그래밍하여 쇼를 진행하였지만 흑인 아티스트들은 초대되지 않았다. 이처럼 많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예술가들의 탈식민지 유산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다음 전시공간엔, 신화에서 다산과 불멸의 상징인 대형 분수 ‘벨리(Belly)(2023)’이 있다. 이 공간에서 이 전 공간을 바라보면 각 공간의 색상과 창문을 통해 밤 과 낮, 안과 밖 을 구분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찾을 수 있다. 1층 공간에는 자연광이 없기 때문에 꿈이나 환각처럼 매우 인위적으로 표현 되어있어 관람객은 영화 세트장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와 반대로 2층 공간은, 라파예트 앙티시파시옹 건물이 주는 개방감으로 아래층과는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자연광이 가득한 공간은, 우리는 2층공간에서 깨달음을 얻는 순간에 가깝다.
2층 중앙에 위치한 '마이 디어(My dear)'(2023)은 다이닝룸처럼 꾸며진 공간에 놓여져 있다. 이 작품은 우리가 어린 시절 상상 하던 침대 밑에 있을 법한 괴물처럼 커다란 테이블 식탁보 밑에 숨겨진 채 스핑크스의 두 큰 발이 나오고, 발톱이 드러난다.

이번 전시에서 더욱 재미있게 전시에 빠져들 수 있었던 점은, 작품마다 관람객에게 던지는 질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My dear(2023) 작품의 경우 " 이 테이블 밑에는 누가 숨었을까?" 하는 질문 덕분에 작품 배경을 쉽게 풀어주며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각 작품의 이러한 신선한 질문은 어린시절의 풍부하고 무궁무진했던 상상력을 다시 한번 상기시킴으로써 관람객이 작품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과정에 있어서 전시에 온전히 빠져들게 하는 장치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서 어린시절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던 상상 속 괴물이 현실 속에서 표현되어 나타나면서, 우리 마음속 품고 있던 욕망, 충동, 상상 속 존재에 대해서 던진 질문을 생각해보며 우리의 내면의 솔직함을 들여볼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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