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소비진작을 위한 임시공휴일?

주로 대통령 취임식이나 올림픽·월드컵 등 국가적인 행사를 계기로 이뤄진 임시공휴일 지정이 경기 진작, 내수 회복 등을 명분으로 삼은 것은 박근혜 정부 때부터였다. 2015년 광복절이 토요일과 겹치자 정부는 광복 70주년 및 메르스로 인해 침체한 경기 회복을 위해 8월 14일을 임시 빨간 날로 만들었다. 이듬해에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징검다리 연휴가 되자 5월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나흘 연휴를 선물했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에는 주말과 추석 연휴 사이의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이 되면서 무려 열흘의 긴 연휴가 생겼다. 국민휴식권 보장이 명분이었다. 2020년에도 광복절이 토요일과 겹치자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국민 피로 해소와 내수 회복을 위한다며 8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만들었다.

정부·여당이 올해 추석 연휴와 개천절 사이의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고 한다. 그럴 경우 목금토일(9월 28일~10월 1일) 나흘이던 연휴가 개천절까지 엿새로 늘어난다. 연휴 전후의 평일을 연차휴가로 쓴다면 최장 12일까지 쉴 수 있다. 명분은 역시 경기 진작 효과다. 황금연휴에 국민의 관광, 여가 활동, 쇼핑 등 소비가 활발해져 가라앉은 내수를 살릴 수 있다는 것. 상당수 기업과 학교가 10월 2일을 재량 휴무일로 지정한 점, 국민의 귀성·귀경 편의도 고려했다고 한다.임시·대체공휴일 지정의 경제 효과는 논란거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0년 임시공휴일 지정의 경제 효과에 대해 생산 유발액 4조2000억원, 부가가치 유발액은 1조6300억원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냈다. 하루 소비 지출은 2조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전체 인구의 절반인 2500만 명이 임시공휴일에 쉬고, 한 명이 하루 동안 평균 8만3690원을 쓴다는 가정에서였다. 그래서 반론이 만만찮다. 긴 연휴는 각 사업장 매출에 직격탄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수출에 미치는 악영향은 말할 것도 없다. 골목식당과 영세 자영업자들에겐 연휴가 악몽의 시간일 수도 있다. 긴 연휴가 해외여행 수요만 늘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효과와 영향을 입체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