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안, 보장성강화 뒤로 밀리고 보험료율 인상 '무게'

'더내고 더늦게 받는' 안 가능성…'보장성 강화' 주장 위원들 회의중 퇴장
이달 말 공청회서 개혁안…파행 계속되면 '다양한 의견' 반영못해 신뢰도 타격
보험료율 인상 따른 시나리오 예상…수급개시연령 '63세→67~68세' 담길 듯
정부 내 국민연금 개혁 방안을 논의하는 전문가 위원회인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보장성 강화'를 둘러싼 이견으로 파행을 겪고 있다. 이대로면 보험료율을 인상하고(더 내고) 연금 수급 개시를 늦추면서(더 늦게 받으면서) 소득대체율은 유지하는(똑같이 받는) 방안이 보고서에 중심적으로 담길 가능성이 커 보인다.

17일 재정계산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위원회는 지난 11일 20차 회의를 열고 개혁안이 담긴 최종보고서 초안에 대해 논의했다.

위원회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마다 개혁안을 만드는데, 이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하는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의 바탕이 된다. 그동안 보고서에는 1안, 2안 식으로 구체적인 개혁안을 제시했는데, 위원들은 그간 회의에서 올해는 1장 서론, 2장 원칙과 방향, 3장 재정안정화방안, 4장 소득대체율 인상시 재정 시나리오 등의 틀로 직접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담기로 했다.
국민연금 개혁을 둘러싸고는 보험료율 인상 등을 통한 재정안정을 중시하는 '재정안정파'와 소득대체율(연금가입 기간의 평균 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을 올려 보장성을 강화하자는 '보장성 강화파'의 의견이 나뉜다.

이번 위원회는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있고 민간전문가 12명, 복지부·기재부 담당 국장이 위원인데, 재정안정파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위원들에 따르면 지난 11일 회의에서 김 위원장을 비롯한 재정안정파 위원들은 최종보고서에 소득대체율을 유지하자는 안이 다수안이고 상향 조정하는 안이 소수안이라는 것을 넣자고 주장하며 표결을 하자고 했고, 보장성 강화파 위원들이 이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퇴장한 위원들은 '합의와 다르다', '위원 구성시 입장별로 전문가 숫자를 안배한 것도 아닌데 소수안이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며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가 파행으로 끝이 나자 위원회는 18일 예정에 없던 회의를 다시 열고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지만, 보장성 강화파 위원들이 '다시 표결을 강행하면 또 퇴장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위원회가 파행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만약 일부 위원들의 반발에도 다수파의 의견대로 보고서가 작성되면 보고서의 신뢰도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파행 끝에 작성된 만큼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그동안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수급개시연령 등 3축으로 논의를 진행했는데, 보험료율은 현재 9%인 것을 12%, 15%, 18%로 올리는 경우가 보고서에 시나리오로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제안이라는 표현을 쓰지를 않고 시나리오 형태를 띠지만 보험료율 인상을 방향성으로 제시하게 되는 셈이다.

수급개시연령은 현재 63세이며 2033년까지 65세로 늦춰질 예정인데, 이를 67~68세로 조정하는 방안이 보고서에 담길 전망이다.

60세인 정년 연장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급개시연령을 더 늦추면 퇴직 후 연금을 받기까지 '소득 절벽'이 더 심해질 수 있는 지적이 예상된다.

기대여명을 수급액과 연동하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보고서에는 담기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연금과 관련해서는 현재 소득 상위 70%인 수급 대상을 낮추는 방안을 향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수준으로 구체적이지 않은 내용만 언급될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