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이 왜 이렇게 달지?"…장마에도 끄떡없는 이유 [하수정의 티타임]

11브릭스 이상 초고당도 과일 판매 확산
점보 키위·타이벡감귤 등 흔해져
"유통사 물량 대량 확보…생산혁신 더해져"
사진= 홈플러스
시중 소매점에 초고당도 과일이 대량 깔리고 있다. 백화점 식품코너에서 고가로 팔던 12브릭스(Brix)짜리 여름 감귤, 당도가 10% 이상 높은 점보 키위 등을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올해 이른 장마 등 변덕스런 날씨로 과일 당도가 떨어질 것이란 예상을 벗어난 것이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 여름 이마트에서 '당도보장'으로 판매하는 복숭아의 브릭스는 11이상, 감귤의 브릭스는 10이상이다. 홈플러스는 수박 11브릭스 이상, 샤인머스켓 15브릭스 이상을 보장한다. 당도보장이 적용되는 과일은 소비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100% 교환·환불해주는 제품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과일 평균 브릭스가 지난해까지 9~10 수준에서 올해 10~11로 한 단계 올라간 것으로 파악된다"며 "한때 당도가 내려갔다는 평가를 받았던 샤인머스켓도 고품질 상품을 대량 확보해 매장에 깔았다"고 설명했다.

브릭스는 100g의 용액 속에 당이 몇 g들었는지 나타내는 당도 측정 단위다. 과일마다 당도의 기준이 다르기는 하지만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표시하는 농산물 표준규격에선 브릭스 9미만은 '보통 당도', 9~11미만은 '높은 당도', 11이상은 '매우 높은 당도'로 분류한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당도가 더 높은 과일을 구입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마트에서 12브릭스 당도의 타이벡 자두는 일반 자두보다 1㎏당 2000원이 비싸지만 지난 달 매출이 전년동월대비 55% 늘었다. 일반 감귤 대비 20%가량 가격이 높은 11브릭스 이상의 돌빌레 감귤은 5~7월 매출이 21% 신장했다.
사진= 제스프리
수입 과일도 한국 소비자의 성향에 맞춰 고당도 물량이 늘고 있다. 제스프리에 따르면 올들어 점보 키위의 수입 규모는 1만8000t으로 전년동기대비 6.5% 늘었다. 점보 키위 물량 비중은 전체 물량의 49%에 달하는 수치로 2021년 31%에서 대폭 확대됐다. 점보 키위는 일반 키위 대비 중량이 50% 가량 크고, 당도는 10% 이상 높은 상품이다.

올 여름 소비자들이 초고당도 과일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데는 생산과 유통의 혁신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올 초부터 장마, 태풍에 대비하기 위해 과일 저장고를 확대하고 산지 관리를 했다"며 "줄기를 깎는 박피, 반사필름 설치 등 농가에서도 당도를 높이기 위한 생산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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