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증막 폭염에 수온 껑충…한강 최상류 소양호 사상 첫 녹조

오염원 유입에 더위 겹쳐 온통 초록색…인력 투입해 제거 작업 구슬땀
"뙤약볕 아래서 한증막에 들어가 작업하는 기분입니다. 등에 땀띠가 날 지경이네요.

"
최강 폭염이 이어지는 2일 한강 최상류인 강원 인제군 소양호 일원에서는 녹조 제거 작업이 한창이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 10여명은 30도를 훌쩍 뛰어넘는 더위 속에 상체까지 덮는 방수복 차림으로 허리춤 높이의 호수에 들어가 긴 띠를 이용해 녹조를 뭍으로 긁어모았다. 이들은 바람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옷을 입고 물속에서 일하는 탓에 연신 구슬땀을 닦았다.

수온마저 30도를 웃돌아 바라만 봐도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 옆에서는 굴착기가 열기를 내뿜으며 풀숲을 헤쳐 작업자들이 녹조를 제거할 공간을 분주히 마련했다. 이들이 땀 흘리며 작업하는 소양호 상류의 물은 수도권 시민들의 식수원인 한강까지 흘러 들어간다.

이곳에 대규모 녹조가 발생한 것은 소양강댐이 건설된 1973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공중에서 바라본 소양호 일대는 이미 녹조가 점령한 상황이다. 인제대교에서부터 시작한 녹조는 38대교까지 4㎞ 넘게 퍼졌고 아래로 10㎞ 넘게 떨어진 양구대교 인근까지 뻗쳤다.

물가에 떠밀린 녹조는 장마에 떠내려온 쓰레기 등 각종 부유물과 뒤엉켜 부패해 역한 냄새를 풍겼다.

물가에 정박한 어선 2척은 녹조에 발이 묶여 출어를 포기한 모습이다.

녹조 제거 작업 모습을 지켜보던 한 어민은 "여기서 30년 넘게 살았는데 이런 모습은 처음 봤다"며 "악취도 심하고 이런 물에 사는 물고기를 잡아봤자 내다 팔 수도 없어서 그냥 쉬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 25도 내외를 유지하던 이곳 수온은 최근 33도까지 치솟은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도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달 중순까지 요란하게 내렸던 장맛비에 가축 분뇨나 비료 등 오염원이 호수로 흘러든 뒤 더위가 이어지면서 부영양화로 녹조가 창궐한 것으로 추정했다.

수자원공사는 녹조가 더 이상 퍼지지 않도록 차단선을 친 뒤 제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도는 이날 소양강댐 물문화관에서 원주지방환경청 등과 합동 대책 회의를 열어 댐 수문 개방, 차단막 설치 등의 대책을 추가로 논의한다. 도 관계자는 "강한 일사에 수온이 치솟으면서 녹조가 빠르고 넓게 퍼지고 있다"며 "이를 신속히 제거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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