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이차전지' 수주 잭팟…매출 1조7000억 대박 난 회사

전기차 끌고 디스플레이 밀고
SFA, 수주 '신기록'
전기차 시장 확대 기대감에 이차전지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른 가운데 표정관리 중인 기업이 있다. 경기 화성에 위치한 중견기업 에스에프에이(SFA)다. 글로벌 투자 경쟁이 확대되면서 이 회사의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김영민 SFA 대표(사진)는 "고객과 비밀유지협약 때문에 일일이 공개하진 못하지만 상반기 수주액만 1조1000억원대 규모"라며 "이미 지난해 연간 수주와 맞먹는 일감을 반년 만에 확보했다"고 10일 밝혔다.

SFA는 디스플레이 장비업체로 출발해 이차전지, 유통, 반도체 등 다양한 전방산업의 자동화 수요를 흡수하며 스마트팩토리 전문기업으로 도약한 코스닥시장 상장사다. 스마트팩토리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적용해 생산 효율 극대화를 추구하는 '고도로 지능화한 공장 자동화'를 말한다. 최근 이 회사 스마트팩토리 수요가 가장 많은 분야는 단연 이차전지다. 전체 수주에서 이차전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처음 전체의 50%를 넘어설 전망이다. 매출 기여도는 작년 30%대에서 40%대로 증가가 예상된다.

코스닥 상장사 씨아이에스 경영권 지분 30%를 2200억원에 전격 인수한 이유다. 이차전지 장비가 전극·조립·활성화 등 3개 공정으로 구분된 가운데 씨아이에스는 전극 공정이 주력이다. 전극 공정이 이차전지 장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달하지만 국내에선 씨아이에스와 다른 한 기업만 기술력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2030년까지 세계적으로 이차전지에 약 300조원이 투자될 텐데, 그 중 90조원이 전극 공정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과점 상태인 데다 진입장벽도 높아 가격 경쟁력도 좋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작년 말 기준 씨아이에스 수주잔고는 5800억원에 달한다. SFA는 조립 및 활성화 공정 장비를 주력으로 하고 있어 씨아이에스 인수를 계기로 이차전지 모든 공정을 턴키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올해엔 모처럼 디스플레이 장비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탠다. 증권가는 SFA가 지난달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8.6세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물류용 장비를 1000억원 이상 수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 분야 투자가 회복되고 있고,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반도체용 수주도 잇따르고 있다. 김 대표는 "글로벌 유통 공룡들이 하나 둘 투자를 재개하고 있다"며 "이차전지가 끌고 유통과 반도체, 디스플레이가 밀면서 올해부터 실적이 빠른 속도로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SFA는 장비 시장 다각화에 성공하면서 2016년 전체의 13%에 그쳤던 비(非)디스플레이 분야 수주가 올해 초 87% 수준까지 높아졌다. 국적별로는 해외 고객사에서 전체 수주의 3분의2 이상이 나온다. 올해 연간 수주액은 1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올해 연결 기준 실적은 매출 1조7470억원, 영업이익 2094억원에 달할 것으로 메리츠증권은 내다봤다. 지난해엔 매출 1조6843억원, 영업이익 1609억을 각각 기록했다.

화성=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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