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샤틀레 극장에 등장한 챗GPT! AI 오페라 '미러' 리뷰

[arte] 최서경의 파리통신
안드로이드 오페라 'MIRROR'
"Alter4, 단순 인간 모방 아닌 새로운 창조"
커튼콜
이번 6월 21일부터 23일까지 Théâtre du Châtelet 샤틀레 극장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오페라 가 열렸다. AI를 활용해 노래를 부르는 안드로이드가 승려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형식의 공연 이다. 이 공연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서였는데 오케스트라에 둘러 싸여 로봇이 노래 부르는 광경은 기괴하기도 하고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전시 포스터만 보 더라도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모습이었고 기존의 오페라 포스터와는 굉장히 거리가 멀어 오히려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오페라안드로이드포스터
“Android Opera Mirror” 오페라는 보컬로이드의 목소리로 시작된다. Alter 4라는 인공 지능 을 갖춘 로봇과 5명의 일본 승려, 50명의 프랑스 음악가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작곡가 케이치 로 시부야 Keiichiro Shibuya와 함께 피아노와 전자 콘솔을 연주로 구성되었다. Alter 4는 악보를 부르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지만 고야산 승려 합창단과 동기화하여 자체 멜로디를 즉흥 적으로 연주한다. 일부 가사는 철학적 에세이와 소설에서 가져왔고, 다른 일부는 수천 년 된 불교 성가 모음을 기반으로 AI가 생성했다.이 극을 작곡하고 디자인한 케이치로 시부야는 “Android Opera Mirror”를 통해 이중성을 극대화하고자 했다. 예술에서 아름다움과 무서움, 형상화된 것과 비형상화된 것, 전통과 현대, 삶과 죽음처럼 서로 반대되지만 맞닿아있는 것들이 만들어내는 이중성에 대해 탐구한다. 동경 미술대학교 졸업 이후, 2002년 웹 디자인 및 기술 분야 등의 아티스트 집단인 ATAK라는 레 이블을 만들었다. 그는 2012년 스기모토 히로시(Hiroshi Sugimoto)의 Memories of Origins 와 같은 영화 음악을 작곡 하고 샤틀레 극장에서 최초의 가상 오페라 The End를 상연했다.

Alter 4를 프로그래밍한 컴퓨터 엔지이너 이마이 신타로는 Alter 4를 통해 인간을 모방하는 AI가 아닌 새로운 제안을 하고자 했다. 인간의 이족보행과 중력에 따라 음악의 리듬과 템포가 달라졌을 수 있다고 생각해 Alter 4의 기계적 특성에 맞춘 프로그램을 고안했다. 더불어 상호 작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로봇에게 주어진 환경에 따라 변화해 사람과 상호작 용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프로그래밍했다. 로봇의 움직임을 만드는 모터와 연결되어 있는 구조물들이 움직일 때 생기는 공기의 압력 변화는 인간의 호흡과 유사성을 가진다고 생각했고 순간 순간을 반영해 새로운 노래를 만들어내는 이 로봇이 우리의 거울과 같다고 생각하며 이 로봇과 음악가들이 만들어내는 조화를 통해 새로운 음악적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 극을 보면서 묘한 감정에 싸였다. 우선 보컬로이드 음성을 들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기계 소리로 만들어낸 음성은 상당한 불쾌감을 준다. 또 다양한 악기들과 승려의 목소리가 뒤엉켜 자막이 없이는 알아듣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오히려 오페라스러웠달까? 글로 보면 따라 갈 수 있지만 오페라로 불러지면 기교와 말할 때와는 다른 억양 등으로 가사를 잘 따라잡기가 어려워 한편으로는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이 극의 극본은 Micheal Houellebecq 미셸 호엘베크의 소설 섬의 가능성과 Ludwig Wittgenstein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책 확 신의 일부를 가져왔고 대부분은 chat-gpt로 만들어낸 글로 구성되어 있다. 뒤로 갈수록 가사 가 굉장히 감성적이어지면서 나에게 직접 대화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또 화자가 사 람이 아닌 로봇이기에 노래 가사 중 나는 너가 없는 것이 무서워, 나는 이 운명에 굴복하지 않을 거야 와 같은 문구는 곱씹어 생각하게 만들었다. 로봇이 자신의 운명에 순응하지 않겠다 니,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결과가 초래될 것인가? 꼬리에 무는 질문들이 이어졌다. 또 로봇이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것 같은 모습이나 이질적이지만 또 조화롭게 승려들의 목소리 와 어우러지는 모습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하는 이중적 감정을 잘 느낄 수 있었다. chat-gpt는 현재 가장 뜨거운 감자로 주목되고 있는 주제이다. 어디까지 창작자의 영역으로 봐야하고 저작권은 어떻게 되는지 등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항상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이 오 페라도 그러한 논란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실질적 경험을 하게 했다. chat-gpt로 만들 어진 글이지만 이질감이 들지 않았다. 작가들의 글을 인용한 부분이 오히려 AI가 쓴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곱씹어 AI가 적은 글이라고 생각을 했을 때 내용과 화자를 생 각하면 이질감이 들었다. 사람이 쓴 글을 ai가 썼다고 해도 같은 감정을 느낄까? 우리의 인식 이 이러한 차이를 만드는 것일까? 등 다양한 생각을 던진 오페라였다.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 서 로봇과 AI가 합쳐져 어떤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낼지 기대되고 궁금하다.

덫붙여 샤틀레 극장에 간다면 꼭 샤틀레 극장 내에 있는 바에 가보도록 하자. 파리의 멋진 풍 경을 다른 어떤 곳 보다 조용히 즐길 수 있다. (인터미션 때는 아니겠지만) 극장과 바로 마주 하고 있는 상자크 탑을 볼 수 있다. 상자크 탑은 1797년 프랑스 혁명 당시에 철거된 상자크 드라부슈리 교회 유적으로 현재는 탑만 남아 그 주변은 공원의 역학을 하고 있다. 극장 내부 에서 센강을 볼 수 있는데 시테 섬과 마주하고 있다. 시테 섬에 있는 옛 법원 청사이자 교도 소였던 꽁시에르주리와 지금은 불타 첩탑이 사라진 노트르담 성당을 샤틀레 극장에서 볼 수 있다. 또한 바 내부가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으면서도 극장답게 통통 튀게 꾸며져 있어 자신의 취향대로 공간을 골라 자리 잡을 수 있다. 공연을 보기 전 잠시 사색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 을 어떨까?
바에서 보는 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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