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경 개방은 언제쯤…내년 4월 국제예술축전도 온라인 개최

짝수해 4월 외국 예술인 초청행사…2024년 계획 발표
'외국어로 북한노래 부를 땐 제공한 번역문대로 불러야' 규정 신설
북한이 김일성 주석 생일을 맞아 내년 4월 개최 예정인 국제예술축전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서 국경을 완전히 개방하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김일성 생일(4월15일·태양절)을 기념해 외국 예술인을 초청하는 친선예술축전을 짝수 해 4월에 격년으로 개최한다.

2일 조선예술 사이트에는 '제33차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 조직요강'이라는 제목으로 내년 4월 11∼25일 평양에서 열리는 행사의 모집 요강이 게재됐다. 행사는 개·폐막식만 오프라인에서 개최되며, 참가자의 공연은 미리 본국에서 촬영·편집된 녹화분을 '조선예술' 홈페이지나 조선중앙TV에서 공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 행사는 취소하고 2022년 행사는 온라인으로 진행했는데, 2024년 행사도 대면이 아닌 온라인으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다.

과거엔 중국과 러시아, 베트남, 시리아, 카자흐스탄, 쿠바, 벨라루스 등 북한과 친선관계를 유지하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수백명 규모의 예술단이 직접 평양으로 와서 공연을 펼쳤다. 북한이 내년 4월 행사도 온라인으로 개최하기로 일찌감치 공지한 것은 내년 봄에도 국경을 완전히 개방하기는 부담스럽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중국이나 러시아와 교류를 점차 늘리는 추세며 올해 9월에는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빗장을 차츰 푸는 조짐을 보이지만, 국내적으로는 방역 기조를 엄밀하게 유지하고 있다.

북한인의 해외 활동은 어느 정도 허용하지만, 외국인이 북한으로 상당한 규모로 들어오는 건 훨씬 까다로운 방역 정책을 운영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친선예술축전'은 1982년 '4·15 경축 세계 여러 나라 예술인들의 친선음악회'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됐다.

1985년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해마다 개최되다 2007년 격년 개최로 전환됐고 김일성 100회 생일인 2012년부터 짝수 해마다 열리고 있다.

북한 노래는 물론이고 민요와 고전음악 등 해당국의 명곡이나 세계적으로 알려진 성악곡, 기악작품, 민속무용, 발레, 지상·공중교예. 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참여할 수 있다.

내년 축전 모집 요강에 따르면 참가 대상은 '축전 참가를 희망하는 나라들에서 음악, 무용, 교예 공연을 전문으로 하는 단체와 예술인'이다.

그러나 원한다고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최근 촬영한 15분 분량의 고화질 공연녹화자료와 구체적인 경력자료를 전자우편이나 해당국 주재 북한 외교대표부를 통해 제출해서 심사를 통과해야만 참가할 수 있다.

특히 출연자의 얼굴이나 손, 몸동작 등 모습을 정확히 알아볼 수 있도록 근·원거리 촬영을 배합하도록 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언어'에 대한 심사가 강화된 점도 눈에 띈다.

조직위원회는 참가자가 "북한에서 창작된 음악 작품을 훌륭히 형상해 축전공연에 참가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공지하며 북한 노래를 북한말 말고 참가자의 모국어로도 부를 수 있도록 했다.

단 외국어로 부르는 경우 조직위원회가 보내주는 번역문을 이용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국어로 번역되는 것도 북한 표현이 다른 식으로 전달이 될 수 있으니 큰 틀에서 보면 콘텐츠를 통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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