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생선가게 고양이들

재산 관련 범죄 중 가장 흔한 것이 사기·절도·횡령이다. 그중에서도 횡령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불법적으로 가로채거나 반환을 거부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죄가 무겁다. 코스닥시장 우량 기업 오스템임플란트는 내부 직원의 2215억원 횡령 사건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끝에 결국 지난 2월 주인이 바뀌었다. 8년간 697억3000만원을 횡령한 우리은행 직원, 은행 잔액증명서에 맞춰 재무제표를 꾸미는 수법으로 회사 자금 246억원을 빼돌린 계양전기 재무팀 대리, 회삿돈을 유용하거나 가로챈 회사 대표 등 횡령사건은 끊이지 않는다.

이런 경우를 흔히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격’이라고 하지만 정확한 비유는 아니다. 동물들은 배고픔만 해결되면 더 이상 욕심을 내지 않지만, 수많은 횡령사건 중 생계형은 찾아보기 어렵다. 도박, 주식 투자, 호화 사치 등이 대부분이다. 문재인 정부의 탐욕스러운 ‘생선가게 고양이’들이 또 대거 적발됐다. 감사원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를 감사한 결과다. 민간업체와 공모해 인허가 과정이나 계약에서 특혜를 제공하고, 허위 서류를 꾸며 사업권을 편법 취득하거나 국고보조금을 부당하게 교부받은 전·현직 공직자와 업체 대표 등 38명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전직 과장 2명은 현직에 있으면서 태양광 발전 업체에 특혜를 제공한 뒤 퇴직 후 그 회사 대표와 협력업체 전무로 갔다. 한국전력공사 등 공공기관 8곳의 임직원 250여 명이 차명으로 법인을 설립해 직접 ‘태양광 장사’에 나선 사실도 드러났다.

전임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인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파도 파도 끝이 없는 ‘복마전’임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9월 국무조정실 점검에서도 수천 건의 비리가 적발됐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펼친 태양광 보급 사업에도 좌파 성향의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정책 결정은 물론 관련 업체에도 참여해 사익을 챙긴 사실이 서울시 감사로 드러난 바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간부들의 아빠 찬스 채용비리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일벌백계로 다스리지 않으면 이런 고양이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