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에 '내 돈' 함부로 쓰면 투자 유치 어렵다?…'가수금'의 함정 [긱스]

스타트업에 회계는 생소합니다.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재무제표의 중요성은 커지지만, 인력은 적고 사업은 바빠 뒷순위로 밀리기 일쑤입니다. 외면한 문제는 투자 유치 과정에서 불거집니다. 운용자금이 모자라 쉽게 쓰는 ‘가수금’, 대표자가 회사로부터 돈을 빌린 것으로 처리되는 ‘가지급금’은 특히 초기 스타트업이 이해에 어려움을 겪거나 간과하는 개념입니다. 강래경 브릿지파트너스 대표가 한경 긱스(Geeks)를 통해 초기 창업가가 가수금과 가지급금 관리에 있서 유의해야 할 점을 전합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이른바 ‘3고’ 위기로 다양한 산업 분야 기업이 유동성 악화와 자금경색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나 투자가 중요한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최근 5년간 벤처투자 현황을 보면 2019년부터 꾸준히 늘어나던 벤처투자금액이 지난해 들어 전년 대비 11.9% 줄었다. 금액으로는 총 9162억원의 투자액이 감소했다. 과거 큰 폭으로 증가 추세였던 투자 건수 역시 작년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투자자금 및 건수 자체가 감소하는 시장 분위기 속에서 스타트업이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초기 스타트업 투자의 경우 재무제표를 투자의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경우는 많지 않다. 말 그대로 초기이기 때문에 판단할 재무 정보에 대한 근거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서다. 사업 아이디어, 팀빌딩, 대표자의 역량 등 정성적인 판단 기준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 같은 투자 기근 상황에선 초기 기업에도 재무 정보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투자받기 위한 기준이 더욱 높아진 셈이다. 투자자가 요구하는 재무정보는 기본적으로 재무제표라는 기업의 가계부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재무제표는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현금흐름표 등 회사의 재무, 손익, 잉여금, 현금 현황 등을 나타낸 자료다. 재무제표로 회사 사업의 거의 모든 내용을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가수금과 가지급금은 재무제표를 잘 관리하는 초기 기업도 간과하기 쉬운 문제로 꼽힌다.

내 돈으로 만든 가수금, 부채비율 증가 부른다

게티이미지뱅크
‘가’라는 표현은 ‘임시’의 의미로, 제대로 된 처리 전에 임시의 의미로 사용하는 용어다. 즉 ‘가수금’은 기업에 돈이 들어왔으나 출처를 정확히 알지 못할 때, 임시로 수입을 처리하는 계정을 말한다. 초기 스타트업은 운영자금이 부족하다. 투자나 추가 대출이 어려울 때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 대표자가 본인의 자금을 투입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돈이 들어오는 것이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대표자가 회사에 넣은 가수금은 회사 입장에서는 대표자에게 갚아야 할 돈이다. 실질적으로는 부채의 성격을 띤다.

이 경우 단순하게는 부채가 늘어난 것이니 부채비율이 증가하게 된다. 나아가 부채비율의 증가로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고, 정부지원금이나 금융권 대출이 필요할 때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회사가 규모가 커지면 추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가수금은 매출채권 관리가 안 될 때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대표자 가수금과는 다른 성격으로, 돈이 회수되어 들어왔는데 어디서 들어온 것인지 파악이 안 되는 경우다. 사실은 매출채권이 회수된 것이지만 회수 내역이 재무제표상 반영되지 않아 그대로 남아있는 셈이다. 이때 가수금이라는 부채도 남아있게 된다. 이러한 가수금은 자산, 부채 잔액에 오류를 발생시키고 회사 내부 관리상에도 중대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수금과 반대로 가지급금은 기업에서 돈이 나갔으나 출처를 정확히 모를 때 임시로 사용하는 계정이다. 예를 들어 대표자가 회사의 자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출금하거나, 리베이트 등 관행으로 증빙 없는 비용이 발생한 경우에도 대표자 가지급금으로 처리가 된다. 대표자가 출금한 경우를 생각해보면, 가지급금은 사실상 대표자가 회사의 돈을 빌린 대여금과 동일한 성격이 된다. 이러한 대표자 가지급금은 기업에 많은 문제를 발생시킨다. 우선 이사회 결의, 금전소비대차계약서 등 적절한 절차가 없이 대표자 가지급금이 발생한 경우 대표자의 횡령이나 배임으로 볼 위험이 생긴다.

존재만으로 신용등급 낮추는 가지급금

세법에서는 기업과 특수관계자의 거래에 대해 여러 가지 제재를 가한다. 대표자 가지급금은 회사 사업과 상관없이 빌려준 돈으로 본다. 연 4.6%로 계산된 ‘인정이자’라는 이익금을 가산하게 된다. 실제로 이익이 발생하지는 않았으나 일반적으로 무상 또는 저리로 대여된 대표자 가지급금에 대해, 법에서 정하는 일정한 이자만큼을 회사 손익에 가산하여 법인세를 더 부담하도록 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대표자가 가져간 돈이든 현금 증빙 없이 처리된 비용이든, 가지급금이 재무제표에 있다는 것은 가수금과 마찬가지로 기업의 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다. 금융권 대출 시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된다.

어려워진 스타트업 투자업계의 상황 속, 투자자 입장에선 가수금과 가지급금을 좋게 볼 수 없다. 가수금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부채다. 투자자가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계약상 투자금의 용도를 인건비, 연구비, 광고비 등 회사 사업용으로 한정하게 되는데, 대표자 가수금이 있는 회사에서 투자금이 들어오면 먼저 대표자의 가수금을 상환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결국 투자자의 투자금이 대표자가 사업하는 데 이미 쓴 돈을 메꿔주는 데 사용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물론 계약상 이러한 상황에 대한 제약을 기재할 수 있으나,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투자자는 투자 전에 대표자 가수금을 자본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을 요청하기도 한다. 가지급금의 경우 대표자가 개인적인 용도로 회사의 자금을 외부로 반출했다는 점에서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이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우 큰 리스크를 발생시키는 요인이다.

“초기 창업가, 내 돈과 회삿돈 구별 명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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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재무실사 중엔 소액의 대표자 가지급금이 발견되어 투자가 철회된 사례가 있고, 대표자 가지급금은 단돈 1만원이 있더라도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는 기준을 가진 액셀러레이터도 만날 수 있다. 그만큼 스타트업 초기부터 대표자 가지급금이 있는 곳은 대표자가 회삿돈과 개인 돈을 구분하지 못하는 곳으로, 대표자의 재무적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투자자의 투자금이 제대로 사업에 사용되리라는 믿음을 주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무엇보다 가수금·가지급금이 발생하는 것 자체가 회사의 재무 정보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는 신호다. 변수가 많은 초기 스타트업 투자에서는 절대 환영받을 수 없는 요소다.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대표자가 사업 전반을 혼자 관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재무 업무는 뒷전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표자의 자금 입금, 인출과 무관하게 기업의 내부 관리상 문제로 발생하는 가수금과 가지급금은 결산 시점에 미리 재무제표 내용을 파악하여 해당 계정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다. 대표자 가수금·가지급금은 대표자가 빌려준 돈이고 빌려 간 돈이기 때문에, 기업이 사업으로 돈을 벌어 대표자 가수금을 상환하고 대표자가 가져간 돈은 대표자가 갚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다. 가수금의 출자전환이나 대표자가 가지급금을 갚기 위해 급여를 올려 받거나, 자기주식 매입 등 가수금·가지급금 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법이 시중에 안내되곤 한다. 하지만 초기 스타트업에 가장 좋은 해결책은 미연에 발생을 방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대표자가 100% 지분을 가진 회사라도 회사와 대표자는 엄연히 다른 실체라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다. 사업 초반에 ‘내 돈’과 회삿돈이 섞이는 사태만 방지하더라도 투자 시 가장 큰 재무 리스크를 방지할 수 있단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강래경 브릿지파트너스 대표회계사
△ KPMG 근무
△ KB국민은행 근무
△ 브릿지코드 파트너 C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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