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특별법 소위 통과 '4전5기'…피해지원 본격화(종합)

최우선변제금만큼 무이자 대출…인천 최대 4천800만원, 서울 5천500만원
특별법 대상 보증금 4.5억→5억원으로 확대…면적 제한 없애
경·공매 수수료 70% 정부 부담…신용회복 위해 20년 무이자 분할상환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지 25일 만에 법안소위원회를 통과했다.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한 지 21일 만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특별법안이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하고,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공포되면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본격화한다.

정부는 이날 피해자 지원 대상 보증금 기준을 종전 최대 4억5천만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하고, 최우선변제금 미자격 피해자에 대해서는 근저당권 설정 시점이 아닌 현재 기준 최우선변제금만큼 무이자 대출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 보증금 5억원도 지원 대상…전세사기 피해자에도 긴급복지지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22일 오전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정부 수정안 및 여야 논의에 따른 조정안을 반영한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을 의결했다.

5번째 소위 심사 끝에 처리된 것이다.

정부 및 여야의 합의안인 만큼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견 없이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정부는 앞서 전세사기 피해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피해지원위원회를 30명 수준으로 발족했으며, 특별법안이 최종 통과됨과 동시에 운영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날 소위를 통과한 특별법에서는 지원 대상 피해자의 보증금의 범위를 최대 4억5천만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했다.

당초 정부는 보증금 범위를 3억원을 기준으로 하되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에서 4억5천만원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한차례 상향했으나, 경계선 논란이 지속되자 이를 5억원으로 다시 상향한 것이다.국토부 관계자는 "보증금 3억원을 근거로 하되 위원회 판단에 따라 최대 5억원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5억원 정도면 최근 불거진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대부분이 피해지원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전용면적 85㎡ 이하 면적 규정을 없애고, 당초 임차인이 보증금 '상당액'을 손실하거나 예상되는 경우로 규정한 것도 삭제했다.

이에 따라 임대인의 전세사기 의도가 있고, 일부라도 보증금 피해가 있는 경우면 대부분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당초 정부안에서는 경매 또는 공매 개시만을 피해자 요건으로 규정했으나, 임대인의 파산 또는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도 지원 대상에 넣었다.

임대인의 사기 여부에 대해서도 당초 정부안에서 '수사 개시'가 있는 경우로 제한했으나, 특별법 최종안에는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 능력도 없이 다수의 주택을 취득해 임대하고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경우에 대해서도 형법상 '사기' 여부와 무관하게 지원 대상으로 폭넓게 인정하기로 했다.

전세사기 주택에 계속 거주를 원하는 피해 임차인에게는 해당 주택이 경매에 넘어갔을 경우 우선매수권을 제공하고, 임차인이 원하면 LH가 우선매수권을 대신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안은 그대로 유지된다.

국토부는 "2006년 부도 임대 아파트인 광주 서구 솔뫼아파트의 경우 경매가 진행된 101가구 중 임차인의 91%(92가구)가 우선매수 신고를 했다"면서 "우선매수권 행사가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시 솔뫼아파트 임차인의 평균 낙찰가율은 70.7%로, 제3자 평균 낙찰가율(84.3%)보다 13.6%포인트 낮았다.

피해자의 원활한 경·공매를 위해 임대인의 전체 세금체납액을 개별 주택에 안분하는 조세채권 안분 시행도 특별법에 명시했다.

이와 함께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해서는 '위기상황'을 인정해 생계가 어려워진 가구에 긴급 생계비와 의료비 등 긴급복지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신탁회사 등 권한이 없는 자와 임대계약을 체결해 대항력을 갖추지 못한 피해자에 대해서도 금융 및 긴급복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 최우선변제금 못받는 경우 무이자대출…신용회복에 20년 무이자 분할상환
국토위 법안심사소위는 이날 그간 쟁점이 됐던 최우선변제금 지원과 관련해 전날 정부가 제시한 수정안을 수용했다.

우선 최우선변제금도 못받는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해서는 최우선변제금만큼 국민주택기금에서 무이자 대출을 지원해준다.

당초 야당이 '정부의 최우선변제금 선지원'을 요구한 데 대한 절충안이다.

기존의 연소득 7천만원(부부합산) 제한 등의 소득·자산 요건은 고려하지 않는다.

최우선변제금은 현재 '근저당권 설정일'을 기준으로 변제금액이 정해지지만, 이날 소위에서는 정부의 대출 지원은 '현재 배당 시점'의 최우선변제금을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과밀얼제권역인 인천 미추홀구의 경우 근저당 설정 시점의 최우선변제금 2천700만원이 아닌 현재의 4천800만원까지 무이자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서울의 경우 현재 최우선변제금인 5천500만원까지, 광역시나 그 밖의 지역은 2천500만∼2천800만원까지 무이자 대출이 가능하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새로 전세를 얻거나 은행 전세대출을 갚는 경우에는 연 1.2∼2.1%의 저리로 최대 2억4천만원까지 정책모기지를 지원한다.

만약 최우선변제금을 못받는 피해자가 새로운 전셋집으로 이주하거나 기존 전세자금대출을 대환하기 위해 1억5천만원을 대출을 받는다면 4천800만원까지는 무이자로, 나머지 1억200만원은 1∼2%선의 금리로 10년간 빌릴 수 있다.

피해 임차인이 경매 실무 경험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담조직을 구성해 경·공매 업무 대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근거도 특별법에 담겼다.

이때 경·공매 진행 시 법무사나 변호사 등 전문가 고용에 필요한 대행 수수료의 70%를 정부가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 법무사 수수료는 연간 5천건의 경매 대행 서비스를 지원할 경우 약 5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국토부는 보고 있다.

국토부는 일단 서민주택금융재단 기금과 HUG 예산을 우선 활용하되, 내년부터 기획재정부 협의를 거쳐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신용회복 지원 프로그램도 도입된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전세대출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연체 이자 부과, 신용 불이익으로 생계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특별법 지원 대상 피해자에 대해서는 최장 20년간 대출금을 무이자 분할 상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또 임차인이 상환의무를 준수한다는 전제하에 20년간 연체정보 등록이나 연체금 부과 등을 면제하고, 전세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등 추가 대출도 허용하기로 했다.
◇ 전문가 "특별법 내용 진일보…임차인 상황 맞춰 지원책 선택"
전문가들은 이날 국회 국토위 소위를 통과한 특별법안에 대해 "지난달 공개된 정부 대책에 비해 진일보한 내용"이라며 피해자 지원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전세사기 피해 대상을 폭넓게 확대하고, 최우선변제금을 못받는 세입자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하면서 적용 대상과 수혜 항목이 종전보다 넓어졌다"며 "고금리 속에 장기 무이자 대출을 확대한 것도 간접비용을 보조하는 측면에서 피해 임차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세입자들이 각자 처한 상황에 맞춰 지원책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세입자는 자신이 거주 중인 집값이 오른다는 기대가 있다면 우선매수권과 HUG 경·공매 대행 절차를 활용해 경매 낙찰을 받을 것으로 보이고, 매입을 원하지 않으면 LH에 우선매수권을 양도하거나 전세 지원책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임대인의 전세사기 의도 없이 역전세난으로 인한 보증금 미반환으로 피해를 보는 임차인과 임대인에 대한 지원은 제외돼 시장의 혼란은 여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25일 특별법안이 국회 본회의 및 국무회의를 통과하는 대로 임차인 지원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전세사기 특별법 이행을 전담할 지원단을 구성하기로 했다.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특별법 하위법령에 세부안을 위임한 조세채권안분과 전세사기 지원단 설립은 한달 뒤 시행된다"며 "다만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가 발족한 만큼 임차인 지원 절차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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