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새 외인 로하스 효과? "타순 짤 때 병살 걱정 안 해"

최근 4시즌 '리그 최다 병살' 두산, 올해는 뒤에서 3위
이번 시즌 두산 베어스 공격지표 가운데 눈에 띄게 줄어든 게 있다면 바로 병살타다. 21일까지 두산의 팀 병살타 개수는 25개로 리그에서 가장 적은 LG 트윈스·키움 히어로즈(24개)보다 하나만 더 많다.

지난 4년 동안 번번이 공격의 맥을 끊었던 병살타에 골머리를 앓았던 두산은 모처럼 더블아웃 걱정을 덜어내고 공격을 펼친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병살타까지 고민하고 타선을 짜면 힘들 것 같다. 선수를 믿는다"면서 "(메인 타격 코치) 고토 고지 코치가 타순을 짤 때 여러 데이터를 참조하지만, 병살 때문에 (발이 느린) 타자를 떨어트리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2018년 이후 5년 만에 두산에 돌아온 고토 코치도 "병살타가 적다는 건 타격 생산력 상승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선수들에게 (병살타) 치지 말라고 하지는 않는다. 삼진당하지 말라, 초구 치지 말라 등 '말아라'는 단어는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감독과 고토 코치는 그동안 두산을 괴롭혔던 병살타의 아픔을 제대로 겪어보지 않았다.
덕분에 변수를 하나 지우고 타선을 짤 수 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동안 두산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병살타를 친 팀이다.

해당 기간 502개의 병살타로 리그에서 유일하게 500개를 넘겼다.

2019년 117개(공동 3위), 2020년 132개(2위), 2021년 137개(1위), 2022년 116개(3위) 등 꾸준히 리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두산의 병살타가 줄어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감독과 타격 코치의 교체로 인해 타격 방법이 바뀌었을 수 있고, 좀 더 발 빠른 선수가 라인업에 많이 포진해 기동력이 좋아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변화는 외국인 타자 호세 미겔 페르난데스가 호세 로하스로 바뀐 것이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시즌 동안 두산에서 활약한 페르난데스는 통산 타율 0.328로 정교한 타격 솜씨를 뽐낸 선수다.
그러나 페르난데스의 약점은 병살타였다.

땅볼 타자였던 그는 정확한 타격으로 빠른 타구를 만들어내는데 능했지만, 발이 느렸다.

수비 입장에서는 병살에 필요한 '빠른 타구 속도+느린 타자 주자'의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한 선수였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연속 리그 최다 병살타 불명예를 썼던 페르난데스는 2022년 34개의 병살타로 단일시즌 최다 병살타 기록까지 세웠다.

두산 새 외국인 타자 로하스는 페르난데스와 다른 유형의 타자다.

땅볼 타자 페르난데스의 KBO리그 통산 땅볼/뜬공(GO/FO) 비율이 1.24이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로하스의 GO/FO는 0.42로 극단적인 뜬공 타자다.

로하스의 GO/FO 비율은 최정(SSG 랜더스·0.41)에 이은 '뒤에서 리그 2위'다.
잡아당기는 타격을 주로 했던 페르난데스와는 달리, 로하스는 구장 곳곳에 타구를 보내는 스프레이 히터라 시프트를 걸기 어렵다.

그래서 로하스의 시즌 병살타는 단 1개뿐이다.

로하스의 시즌 타율은 0.218로 페르난데스와 비교하면 타격 정확도는 떨어져도, 현재 홈런 9개로 리그 2위를 달릴 만큼 장타력은 더 낫다.

결과적으로 로하스 덕분에 두산 벤치가 병살타 걱정을 덜어놓고 타순을 짠다고도 볼 수 있다.

이 감독은 "로하스는 원래 삼진이 적고 구장 좌우 공간을 활용하는 타자다. 지금은 분명히 원래 타격 감각이 아닐 것이고, 조금 더 좋은 타구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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