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타 결과 발표에 울고 웃는 국회의원들
입력
수정
지면A6
여의도 와이파이지난 9일 정부가 각 지역 현안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회에서는 의원실 사이에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서산공항 예타조사 문턱 못 넘어
구로 차량기지 이전도 백지화
총선 앞두고 지역 민심 악화 우려
우선 충남 지역의 숙원 사업 중 하나인 서산공항 건설 사업은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사업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서산공항은 서산 군비행장 시설을 활용해 약 500억원을 투입해 여객터미널 등 민항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이다.이에 충청권 의원들은 비상이 걸렸다. 지역민들의 관심이 높은 사업을 시작조차 못 하게 돼 총선에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특히 지난 4월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예산 규모 12조8000억원)’과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6조7000억원)’이 나란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라 박탈감은 더 크다. 서산공항 건설 사업 규모는 532억원이다.
한 충청권 국민의힘 의원은 “지역에서는 여당 지방자치단체장과 충청권 의원들이 지역 숙원 사업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물 먹었다’는 인식으로 여론이 좋지 않다”고 우려했다. 서산에 지역구를 둔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사실상 외부 민간전문위원들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정부의 사업 추진 의지와 무관하게 내려진 결정”이라며 “대통령 공약사항인 만큼 반드시 서산공항을 개항시킬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역시 이번 예타에서 백지화된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 사업을 놓고는 같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대선 후보 시절 윤석열 대통령의 ‘기지 이전’ 약속에 희망을 걸었던 서울 구로구민들은 실망하는 분위기지만, 광명 시민들은 세종 기재부 청사 앞으로 원정 시위를 가 삭발투쟁을 할 정도로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구로에 지역구를 둔 윤건영 의원은 “대통령 공약 파기”라며 주민과 함께 투쟁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광명에 지역구를 둔 양기대 의원은 “광명 시민의 위대한 승리”라며 사업 무산을 반겼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역의 숙원사업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내년 총선 지역구 민심에 악영향을 끼치는 만큼 해당 지역구 의원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