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제 갑옷'을 입은 종교, 두 연극이 말하는 진짜 행복이란

연극 '국산 예수' 와 '누구와 무엇'
종교가 만드는 갈등, 그 어두운 진실들
연극이든 영화든 그 소재와 주제 선택은 시대의 유행에서 자유롭지 않다. OTT 드라마 ‘더글로리’는 낙마한 한 공직자의 아들과 유망 트롯 가수의 학폭 이슈 등과 함께 회자되며 더욱 화제가 되었다.
한 리서치 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전염병 유행과 사회적 격리 등으로 사람들이 외로움을 느낄 때는 ‘동백꽃 필 무렵’ 같은 따뜻한 인간애를 다룬 드라마가 인기였고, 각종 사회범죄로 분노감이 커졌을 때는 ‘악마판사’, ‘약한 영웅’ 등 복수를 다루는 콘텐츠가 인기였다고 한다.

즉, 창작을 하는 쪽이든 소비하는 쪽이든 당대의 결핍된 부분에 끌리기 마련인데 그렇다면 종교 콘텐츠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된 ‘나는 신이다’는 JMS 등 사이비 문제를 다루며 넷플리스 한국 톱10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얼마전 SBS 드라마 ‘모범형사’ 시즌2에서도 사이비종교 사기 사건을 다뤘다.
최근 연극으로는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에서 관람한 ‘국산예수’(전웅 연출·사진 위)가 있었다. 교인 수가 줄어드는 어느 개척교회 목사와 그 아들, 딸이 지지고 볶는 이야기이다. 교회를 운영하는 장로 앞에서는 한없이 약하고, 자식들에게는 엄격한 담임목사는 전형적인 한국의 가부장적 아버지이다.
연극 '누구와 무엇'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공연한 ‘누구와 무엇’(연출 박현지)에서도 남성우월주의에 빠져있는 무슬림 아버지가 주인공이다. 그러고 보면 유일신 종교와 가부장제는 찰떡궁합이다. 아버지의 말씀은 진리이며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다. 그러나 연극에서 목사의 딸은 혼전 임신을 하고(국산예수), 무슬림 집안의 딸은 선지자 모하마드의 인간적인 측면을 부각하는 소설을 쓴다. (누구와 무엇) 아버지는 노발대발 할 수 밖에 없다.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라던 아버지는 딸에게 아이를 지우라 하고, 무슬림 아버지는 딸과 인연을 끊는다. 종교의 가르침을 실천하기보다 어느새 도그마 그 자체가 되어버린 아버지와는 대화조차 불가능하다. 두 딸들은 희생을 감내하면서도 가족 안에서, 종교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한다.

생각해보면 2천년 전의 예수는 여성을 차별하지 않았고 권위적이지 않았다. 반면 이 땅에서는 유교와 결합하며 강력한 가부장주의적인 요소를 갖게 되었다. 그래서 연극 제목이 ‘국산 예수’ 일 것이다. 코로나와 불황으로 어느 때보다 세파에 지쳐있는 이들에게 종교는 지금 따뜻한 위로가 되어주고 있을까?

그 중 일부는 어느새 비즈니스로서 기능하여 이 연극처럼 신앙보다 돈벌이에 더 골몰하는 것이 사실이다. 어느 종교에서든 부자가 더 대접받는 풍토가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마음의 약한 틈을 노려 대상을 포섭하고 금전 착취는 물론 영혼까지 말살시키는 것이 사이비 종교들인데 최근 그 이슈를 콘텐츠로 다룬 것이 많아진 것은 그 피해가 한두 사람에 그치지 않고 대단히 심각하다는 조짐이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한바탕 태풍이 지나가고 ‘국산 예수’의 마지막 장면에서 목사와 아들, 딸은 한 식탁에 옹기종기 앉아 함께 밥을 먹는다. ‘누구와 무엇’의 아버지는 몇 년 만에 만난 딸에게 항상 너를 위해 기도해왔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딸들은 그동안 혼자 훌쩍 성장했을 것이다.

우리가 겪는 갈등은 대개 가족 안에서 시작된다. 모든 가정이 그들 가족의 누군가를 마치 하느님 아버지나 모하마드처럼 섬기는 곳이 되어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누구나 종교 이전에 자신의 가정에서 평화를 찾을 수 있기를 빈다. 두 편의 연극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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