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이재명, 내년 총선 무대 없을 것…野 비대위 맞설 경쟁력 있어야" [인터뷰]

안철수 국민의힘 당권주자 인터뷰

"李 체포동의안 '무더기 이탈표' 예상
내년 총선 상대는 李 아닐거라 확신
참신한 비대위원장 맞설 경쟁력 있어야
수도권 전선 승리 지휘할 사령관 필요"

김기현 후보 겨냥 "3% 후보가 30%까지
빚 많은 만큼 공천 파동 100% 후보"

단일화 효과 부정하는 목소리에
"'단일화 안 했으면 졌다' 전문가 결론
民心과 尹心 엇갈리면 民心 우선할 것
다만 설득 안 되면 대통령 결정 존중해야"

당 대표 안 되면 탈당? "당에 뼈를 묻겠다"
안철수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27일 서울 국회 의원화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대철 기자
"야당이 참신한 비상대책위원장을 내세웠을 때도 이길 수 있는 당 대표가 필요합니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후보는 27일 국회에서 진행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에서 우리의 상대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아닐 것이라 확신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인터뷰는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민주당 내 대규모 '이탈표'가 나온 직후 이뤄졌다. 안 후보는 자신을 "민주당 DNA를 가장 잘 아는 후보"라며 "민주당이 이미 진용을 짜고 있는 '수도권 선거'에서 승리를 지휘할 수 있는 사령관"이라고 표현했다. 자신의 강점으로 중도층, 2030세대를 대상으로 한 대중적 인지도를 꼽은 안 후보는 김기현 후보에 대해 "3% 지지율 후보가 30%가 될 때까지 신세진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며 "김 후보는 공천 파동 가능성이 100%인 후보"라고 비판했다.

총선 승리 후 당 대표직 사퇴를 약속한 안 후보는 "정권교체를 완성하기 위한 총선 승리, 제 머릿속에는 그것밖에 없다"며 "총선 압승을 거두면 저는 당 대표를 그만두고 문지기를 해도 좋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에서 과반 의석수만 차지한다면 '3대 개혁'을 위한 토대가 만들어지고, 이후에는 다른 능력있는 분들이 역할을 하면 된다"고도 덧붙였다.

당정관계를 걱정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민심'과 '윤심'이 엇갈리는 순간엔 '민심'을 우선하겠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득이 되지 않는다면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의 입장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지난 대선 때 단일화 효과를 부정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이미 논문 등을 통해 '결과적으로 단일화를 안 했다면 졌다'라는 결론이 났다"며 "우리나라의 역사적 흐름을 바꿨다는 점에서 기념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27일 서울 국회 의원화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대철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무더기 이탈표’가 나왔다. 결과를 예상했나.
“제가 ‘민주당 DNA를 가장 잘 아는 후보’라고 말하지 않았나. 표결 전 주변에 민주당 내에서 10표 이상의 ‘반란표’가 나올 거라고 얘기했다. 생각보다 더 나온 이유는 민주당에 수도권 의원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차기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의원들은 민심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게 맞다고 믿지만 그정도 용기는 없는 분들이 무효표를 던진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의 민주당은 어떻게 될까.
“내년 이맘때면 우리의 상대는 이 대표가 아닐 것이라고 확신한다. 민주당이 참신한 비상대책위원장을 세워 선거를 준비할 경우에 대한 우리 당의 대책이나 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다른 후보들은) 그런 선거전략이 전혀 없다. 저는 민주당의 약점을 가장 잘 알고 있다. 제가 제일 잘 싸울 수 있다고 자신한다.”

▷전당대회에서도 수도권 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인가.
“그렇다. 지금 국민의힘이 115석으로 쪼그라든 이유가 121석의 수도권 의석 중 17석밖에 가져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미 모든 선출직 최고위원이 수도권에서 나왔다. 우리도 거기에 맞춰 진용을 짜야 하는데, 저 멀리 울산에서만 20년 선거한 사람이 수도권 선거를 지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저는 수도권의 승부처인 ‘중도’와 ‘2030’에서 고정표가 나온다. 5%포인트 차이로 이기면 많이 이겼다고 하는 서울에서 저는 20%~30%포인트 차이로 이겨왔다.” ▷김기현 후보는 적임자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지율 3%대 후보가 30%대 후보가 될 때까지 신세 진 사람이 그렇게 많다. 신세 진 사람이 많을수록 공천 파동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김 후보는 공천 파동 가능성이 100%인 후보다.”

▷친윤계 핵심 의원들, 고위 당직을 맡았던 후보들이 차기 총선에서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나.
“특정 인물을 공천해야 한다는 것도 사천이지만, 특정 인물은 공천하면 안 된다는 것도 사천이다. 그래서 시스템 공천을 하겠다는 것이다. 당 대표나 공천관리위원장이 임의로 개입할 여지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장 문제가 많이 되는 것 중 하나가 비례대표 순번이다. 선거인단을 모집해 그 사람들이 투표로 순번을 정하게 하면 당 대표가 가진 큰 권한을 내려놓는 것이다.”

▷상향식 공천의 경우 ‘팬덤 정치’가 되고, 조직력이 있는 기존의 기득권에게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세 가지 축으로 그런 우려를 보완했다. 첫째, 비례대표 순번의 경우 1만명 이상의 책임당원으로 선거인단을 꾸려 한쪽 팬덤에 휩쓸리지 않도록 하겠다. 둘째, 현역 의원들의 경우 지역의 책임당원 뿐만 아니라 전국의 책임당원이 심사를 하도록 해 논란 있는 인물이 걸러지도록 하겠다. 셋째, 여의도연구원에 정확한 민심을 여론조사할 수 있는 기능을 부여하고, 데이터에 근거해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추천하도록 하겠다.”▷‘민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윤심’이라고 표현했는데, ‘민심’과 ‘윤심’이 엇갈리는 순간에는 무엇을 우선시할 것인가.
“당연히 민심이다. 저는 여당의 역할이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 대통령실에서 하고자 하는 일을 국회에서 제도적으로 서포트하는 일. 둘째, 사실 용산은 민심과 직접 접촉할 수 있는 통로가 제한적이다. 반면 국회는 지역구 의원이 대부분이다보니 민심을 제일 정확하게 안다. 용산에서 의도치 않게 민심과 다른 결정을 할 때 여당이 민심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때 비판만 하는 것은 야당이고,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여당의 역할이다.”

▷그럼에도 ‘윤심’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럼에도불구하고 원래대로 가겠다고 한다면 저는 그걸 존중할 거다. 책임의 크기하고 결정권의 크기는 비례하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정부에서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 했을 때 그 책임은 당 대표가 지는 게 아니라 대통령이 진다. 민심이 이렇다는 것을 끊임없이 설득은 하지만, 결국 최종적인 결정은 대통령의 몫이다.”

▷지난 대선 때 단일화 효과를 부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여론조사 전문가들과 정치학계에서 단일화 효과는 증명이 됐다. 유재성 계명대 교수가 쓴 논문에 따르면 안철수 지지자의 57%가 결국 윤 대통령을 선택했고, 31%만 이 대표를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단일화를 안 했으면 졌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안 후보에게 빚을 졌다고 생각하나.
“그건 저도 모른다.(웃음) 어쨌든 기념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미래 방향성을 완전히 바꿨다. 친북 성향의 정권을 세계사 흐름에 맞게 제 자리로 돌려놓은, 역사적인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세계사의 흐름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인가.
“전 세계를 변화시키는 가장 큰 힘은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전쟁이다. 과거의 군사 전쟁이 이제는 기술 전쟁으로 바뀐 것이다. 과학 기술은 ‘먹고 사는 문제’에서 ‘죽고 사는 문제’가 됐다. 대만의 TSMC가 없다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려 할 때 미국이 대만을 보호하려고 할지 모르겠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미국은 TSMC를 빼앗기면 안 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생존 전략도 간단하다. 미국도 필요로 하고, 중국도 없으면 안 될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는 것, 그게 우리의 안보까지 보장해준다.”

▷과학기술인이 당 대표가 필요한 이유인가.
“지금 우리 사회는 공정과 정의가 무너지고, 법치주의와 민주주의가 훼손되서 5년 만에 정권교체가 됐다. 법조인 대통령과 과학기술인 당 대표는 어느 나라도, 민주당도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최상의 조합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27일 서울 국회 의원화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대철 기자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 과제’ 중 하나인 연금 개혁은 총선 승리 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 여당이 연금개혁안을 낸다고 민주당에서 받아주겠나. 일단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야지 국회에서 정해서 내려보낸다고 될 일이 아니다. 영국은 100일간 전국민 대토론회를 열어 사회적 합의를 했다. 당사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개혁이 가능하고,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처음 5년, 그 다음 5년 이런 식으로 점진적인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

▷총선 승리 시 당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했는데, 연금개혁은 안 후보 몫이 아니라는 의미인가.
“제 머릿속에는 총선 승리밖에 없다. 윤 대통령과 함께 단일화를 해서 정권교체를 만들어냈는데, 아직 절반의 정권교체다. 제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시절 만들었던 국정과제들을 법으로 통과시키려면 과반 이상 의석수를 차지해야 한다. 저는 총선 압승만 거두면 그만두고 문지기를 해도 좋다고 말씀드렸다. 총선에서만 이기면 그 후에는 능력 있는 좋은 분들이 많다. 그런 분들이 (3대 개혁 등의 과제를) 맡아서 하셔도 충분하다. 저도 그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하면 된다. 결국 총선 승리가 3대 개혁의 토양을 만드는 것이다.”

▷본인의 정책적 가치관이 보수당인 국민의힘에 맞다고 생각하나.
“저는 안보에 있어서는 이전부터 철저하게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복지 부문에 대해서는 양극화를 넘어 양극단화로 가고 있는 사회에서 어떤 정당도 사회적인 약자를 따뜻하게 품지 못하면 대중정당이 못 된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로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어떤 것들을 느꼈나.
“저를 처음 보시는 분들의 80%는 저에 대한 인식이 바뀐다. 10년 동안 민주당에서 저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 놔서 제가 심심하면 삐지고 말도 잘 못하고 굉장히 신경질적인 사람이라고 잘못 알고 계시더라. 그런데 직접 만나 보니 유머 감각도 있고 따뜻하고 낙천적이고 이런 사람이라고 하신다. 그런 오해들이 풀리는 것을 현장에서 체감한다. 열심히 다니면서 당원들을 많이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만약 이번 전당대회에서 패배할 경우 당을 떠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에 뼈를 묻겠다고 이미 말씀을 드렸다. 또 제가 (당 대표가) 안 될 거라는 생각을 안 한다.(웃음)”

고재연/양길성/맹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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