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형사처벌 감수하며 연장 근로"…정쟁에 짓밟힌 민생 현장의 절규

“사장과 직원 모두 숨죽이며 연장 근로하는 불법 신세”라는 중소기업인의 호소는 정쟁에 짓밟힌 경제와 민생 현장을 대변한다. 입만 열면 민생을 외치지만 ‘말 따로 행동 따로’인 게 정치권 행태다. 30인 미만 사업장에는 주 52시간 외에 8시간까지 추가 근로를 허용한 추가연장근로제 일몰 연장은 노동계 눈치를 보는 거대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지난해 말 끝내 처리가 불발됐다. 정부는 1년의 계도기간을 부여해 처벌을 면하도록 했지만, 근로자의 진정이나 고소·고발이 있을 때 대표가 처벌받을 수 있는 위험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긴급한 민생법안 처리’를 내세워 지난 1월 임시국회를 소집했다. 그런데도 ‘당 대표 방탄’에 골몰하느라 추가근로제 재입법은 나 몰라라 했다. 그사이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경기 침체와 유례없는 인력난 속에 추가근로제로 근근이 버텨온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은 사업을 접느냐, 범법자가 되느냐는 갈림길에 내몰렸다.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도입한 주 52시간 근로제지만 영세 중소기업 근로자의 저녁은 거꾸로 팍팍해졌다. 기존 임금을 유지하기 위해 투잡을 뛰어야 해서다. 이렇듯 추가근로제 연장은 63만 개에 달하는 30인 미만 소상공인과 603만 명 소속 근로자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이처럼 정쟁으로 법안 통과가 지연돼 민생 발목을 잡는 사례는 추가근로제 외에도 부동산시장 정상화 법안, 전세사기 방지법, 반도체 지원법 등 차고 넘친다.정부는 급한 대로 특별연장근로제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인가 기간을 확대하고 사후인가 절차를 완화해 현장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특별연장근로제는 특별한 사정이 생겼을 때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하면 주 64시간 이내에서 연장근무를 할 수 있는 제도다. 정치권은 8시간 추가근로제 재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야당은 ‘불법 파업을 합법화하라’는 귀족노조의 입장만 대변하지 말고 ‘제발 일 좀 하게 해달라’는 민생 현장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주 52시간 제한 문제를 해결하는 게 근본 처방이다. 정부와 국회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지난해 12월 권고한 대로 노사 합의를 전제로 한 ‘월 단위 이상의 연장근로’ 법제화를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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