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왜 개혁은 실패하는가

노동·연금·교육개혁 성공하려면
尹대통령, 적극적 소통에 나서
MZ세대 등 개혁 지지층 넓혀야

상대편 적대시하는 진보와 달리
노동계 등 반대세력도 끌어안기를

안세영 서강대 명예교수
역사를 되돌아보면 개혁이 꽃을 피운 적보다는 실패한 사례가 더 많다. 너무 급진적 개혁을 하다 아예 나라를 말아먹은 옛 소련의 고르바초프.

번번이 기득세력의 저항에 굴복해 이제는 주요 7개국(G7) 탈락 위기에 선 이탈리아. 토지개혁에 성공한 한국, 대만과 달리 토지개혁에 실패해 번영의 기회를 놓친 필리핀. 이들 개혁이 왜 실패했을까. 기득세력의 정치적 저항, 강력한 리더십과 노회한 전략의 부재, 집권세력과 수구세력의 정치적 담합 등 그 이유는 다양하다.윤석열 대통령이 노동, 연금, 교육 3대 개혁의 기치를 높이 쳐들었다. 이탈리아 개혁의 실패, 그리고 지금 한창 곤욕을 치르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개혁에서 보듯이 제일 힘든 것이 연금과 노동개혁이다. 그만큼 개혁의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개혁으로 미래에 이익을 볼 승자집단은 침묵하는 반면 당장의 연금 삭감, 고용 불안 등을 느낀 패자집단은 강력히 반발한다.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개혁을 ‘누가 더 지지층을 확보하느냐’는 파워 게임으로 보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개혁 주체는 선(善), 개혁 대상은 지난 정권처럼 적폐세력인 악(惡)으로 몰아붙이는 대결 구도로 추진하면 백전백패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집권 후 추진한 개혁이 미완인데도 재집권하고 다시 밀어붙이고 있다. 이는 ‘개혁이 해볼 만한 파워 게임’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개혁에 대해 국민은 3 대 4 대 3으로 반응한다. 대략 30%는 지지, 다른 30%는 반대다. 나머지 40% 정도는 ‘일단 두고 보자’며 관망하는 중간층이다. 이들은 이념적 색채가 강하지 않기 때문에 개혁의 당위성을 느끼면 지지세력으로 돌아설 수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집권 1기 전국을 돌며 국민 대토론회를 하면서 이 중간 관망층의 지지를 상당히 얻었다. 그래서 재집권에 성공하고, 역대급 총파업을 해도 물러서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간 관망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선 대통령이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 개혁의 필요성을 호소해야 한다.검찰총장은 법치의 외길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은 다르다. 개혁 지지층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선 정치적 이념이 다르고 개혁에 반대하는 사람들과도 소통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해외에서 기업인과 세일즈 정상외교를 하는 것도 좋지만, 노동계 인사들과도 대화하며 그들의 애환을 들을 필요가 있다. 또한 권리 앞에 잠자고 있는 국민을 정치적으로 깨워 개혁 지지층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들은 소외된 비제도권 근로자, 무너진 공교육으로 인한 사교육비 때문에 허리가 휘는 학부모, 그리고 평생 연금을 붓고 정작 은퇴할 2055년이면 바닥이 드러난 깡통 국민연금기금을 걷어찰 MZ세대다. 이들이 무책임한 포퓰리즘, 귀족 노조 등에 분노해 저항세력과 맞서면 파워 게임을 유리하게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끌어안으며 개혁해야 한다. 소수의 몽골제국이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것은 패한 적들을 과감히 몽골 공동체로 끌어안았기 때문이다. 이념적 결집이 강한 진보는 진영논리에 얽매여 ‘우리’가 아닌 사람들을 모두 ‘남’으로 적대시한다. 하지만 이념적 결집이 느슨한 보수의 강점은 다양한 계층을 포용할 수 있는 활짝 열린 두 팔이다. 다소 이념과 생각이 다르더라도 과감히 끌어안아 국정에 참여시키고 개혁에 동참하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내년 총선을 고려할 때 잘 조율된 순차적 개혁이 정답이다. 왜 고르비의 전면개혁은 실패했고, 덩샤오핑의 순차적 개혁은 성공했는가를 잘 되새겨야 한다. 의욕만 앞서 한꺼번에 몰아붙이다가 3대 개혁으로 불안감을 느낀 계층이 똘똘 뭉쳐 정치적 저항을 하면 고르비 짝(!)이 나기 쉽다. 우선 기선을 잡은 노동개혁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정치적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큰 연금개혁은 총선 이후 본격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장 개혁의 발목을 잡을 것은 경기침체다. 야당은 이를 현 정권의 실정으로 몰아붙일 것이다. 윤 대통령이 방향타를 잡은 개혁호(!)는 이미 항해를 시작했다. 경기침체는 몰아치는 풍랑과도 같다. 이에 반해 개혁은 물 새는 배의 바닥을 고치는 것이다. 풍랑은 시간이 지나면 멈춘다. 하지만 침수를 방치하면 배는 언젠가 먼 바다에서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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