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월 지나면 나아진다더니…더 악화된 무역수지

무역수지 악화 추세가 갈수록 심각하다. 무역적자는 지난해 475억달러로 종전 최대(1996년 206억달러)를 훌쩍 경신하더니 올 들어 더 나빠지고 있다. 2월 10일까지 무역적자가 벌써 176억달러로 전년 동기(87억달러)의 2배에 달했다. 1월 무역적자가 127억달러로 사상 최대(월별)였던 점을 감안하면, 2월에는 최악의 무역지표를 받아 들 가능성도 있다. “1월을 지나면서 무역수지가 점차 개선될 것”이라던 추경호 경제부총리의 이달 초 전망과 다른 결과다.

정부는 “올 경제는 상저하고일 것”이라며 낙관론을 펼쳐왔다. 하반기부터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본격화해 수출이 회복되고, 글로벌 인플레이션 문제도 크게 완화될 것이란 설명이었다. 하지만 돌아가는 정황을 종합해보면 정부가 우리 경제의 실상을 제대로 진단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커진다.무엇보다 수출이 악화일로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만 봐도 감소율이 지난해 말 20%대에서 올 들어 40%대로 커졌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예상과 다르게 전개되는 수입 급증세다. 배럴당 120달러(WTI 기준)까지 치솟았던 유가가 80~90달러대로 진정된 지 6개월가량 지났지만 에너지 수입액 증가세는 끝이 없다. 전년 동기 대비 품목별 수입액(2월 1~10일) 증가율이 가스 86.6%, 석탄 60.3%, 원유 44.9%로 여전히 고공비행 중이다. 정부가 심각한 무역적자의 이유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설명해온 것과 배치된다.

빗나간 수출입 동향은 정책 전환을 요구한다. 특히 가격이 내려도 수입이 줄지 않는 에너지 정책의 재점검이 시급하다. 에너지 과소비 유형의 산업구조 개선은 물론 에너지를 과도하게 쓰는 사회 전반의 생활패턴을 개선해야 한다. 1인당 전력소비와 에너지소비가 각각 세계 3위, 4위라는 엄연한 현실을 직시하고 에너지 효율 제고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상저하고’라는 낙관적 무역 전망에 안주하기에는 돌아가는 상황이 너무 불안하다. 수출입만 비상벨이 울린 게 아니라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감소세다. 진정세를 보이던 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이 최근 대우건설의 주상복합사업 중도 포기를 계기로 다시 급랭하는 등 우발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이 와중에 정책 수단은 소진되고 있다. 공공요금 급등과 국가부채 급증으로 과감한 재정 동원 정책은 어렵고, 미국과의 금리차 확대로 통화정책도 제한적이다. 대통령 말처럼 전 부처가 영업 마인드로 무장해 감세와 규제 혁파를 필두로 경제 전반에 걸쳐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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